세계 최대 VC 세쿼이아, 사업부 분리…업계 파장 '예의주시'

미·중, 인도 등 3개 업체로 분할
대중국 투자 규제 강화 영향
미국 벤처 투자 올해 큰 폭 감소

세계 최대 벤처캐피탈(VC)인 세쿼이아 캐피털이 미국, 중국, 동남아·인도 등 3개 독립 업체로 분할할 계획을 내놨다. 미·중간 지정학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이에 따른 대응을 위한 결정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결정이 VC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콰이아의 주요 파트너인 로엘로프 보타와 닐 셴, 샤일렌드라 싱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분산된 글로벌 투자 사업을 운용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사업부 분리 방침을 밝혔다. 현재 보타는 세쿼이아의 미국과 유럽사업부를 맡고 있으며 셴은 중국, 싱은 동남아 사업부를 맡고 있다.

세쿼이아 캐피탈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CNBC에 따르면 세쿼이아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 현재 사업부를 미국, 중국, 동남아·인도 등 3개의 독립 기업체로 쪼개는 계획을 마무리 한다. 3개 업체로 분할이 완료되면 중국과 인도 분할 법인은 수익 일부를 글로벌 본사와 공유하지 않고 독립적인 운영을 하게 된다. 중국과 인도 분할 법인의 브랜드도 각각 ‘홍샨(Hongshan)’과 ‘피크 XV(Peak XV)’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사업부를 맡고 있는 보타는 주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몇 달 동안 사업부 분리 결정을 고심해왔다"며 "수년간 우리(세쿼이아)는 사업부 분리에 드는 비용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 사이에 균형을 맞추며 회사에 적합한 결정인지 재평가해왔다"고 밝혔다.

세쿼이아는 구글과 인스타그램 등의 유수 IT 기업의 창업 초기에 투자해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쿠팡과 토스, 컬리 등에 투자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셴이 2005년 세쿼이아의 투자 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음식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과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 등에 투자하며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미 당국의 규제 강화로 중국 기업에 원활한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세쿼이아는 사업부를 분할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 바이든 정부는 중국 첨단기술 산업에 미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의 투자자금이 중국 기업에 들어갈 경우 첨단 기술 경쟁에서 미국을 뒤처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기업의 투자 금지 대상으로 유력한 분야는 양자컴퓨터와 군사·안보기술 분야 인공지능(AI)이 거론되고 있다.

더욱이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 기업 투자가 줄고 있는 것도 세쿼이아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대중국 벤처투자는 2021~2022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미 정부가 중국의 기술 산업을 옥죄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한때 중국 기업은 실리콘밸리의 경쟁자로 칭송받았지만, 현재는 벤처 캐피탈 투자 감소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