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수액' 위해 1600억원 투자
'약다운 약' 생산…R&D 투자 앞장서
3일 오전 발인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7시49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JW그룹 관계자는 "이종호 명예회장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 전날(29일)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1966년 JW중외제약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해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1974년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해 '피바록신'을 개발하며 기술력을 입증해냈다. 이 명예회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2월에는 제14대 한국제약협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팔수록 손해 보는 수액 포기하려다 병원 불빛 보면 마음 바뀌어"
이 명예회장은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70년대 당시 수액 한 병 납품할 때마다 원가가 나오지 않아 팔수록 손해였던 상황. 생산 중단을 고민하던 이 명예회장은 병원 불빛을 보며 "지금 이 순간에 저기서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싶은 마음이 들면서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생산을 이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했다. 이어 2006년에는 1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내가 당진에 1600억원 들여서 한 개에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생산공장 짓는다니까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도체 만든 한국 사람이 신약 개발을 왜 못해?"
"내가 신약 개발한다니까 예전에 한 보사부 장관이 '안 될 일에 왜 자꾸 돈을 쓰느냐'고 말리더라고요. 그때 내가 그랬어요. '반도체 누가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거 아닙니까?'라고."
연구개발(R&D)에도 힘을 쏟았다. '생명을 다루는 제약기업은 이윤도 중요하지만, 약다운 약을 생산해야 한다'는 창업정신이 밑바탕이었다. 그는 평소 "신약 개발로 벌어야지, 해외에 있는 약을 수입해서 판매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신념을 드러냈다.
이 명예회장은 R&D 역량을 키우기 위해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했다. 국내에 신약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이었다. 1992년에는 오늘날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합작 바이오벤처인 'C&C신약연구소'를 일본 주가이제약과 50:50 지분투자를 통해 설립했다. 연구소는 현재 JW중외제약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200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연구소인 JW세리악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해냈다.
이외에도 사재를 출연한 사회공헌 사업에도 나섰다. 이 명예회장은 2011년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보건의료 분야 학술연구와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지금도 지역사회 대상 봉사활동과 기초과학자 주거비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5월3일 오전 7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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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그룹은 "평소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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