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재진만 비대면 의료 허용” vs 업계 “초진·재진 구분 무의미”
비대면 진료를 재진에 한정하는 방안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비대면 플랫폼업계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재진 한정에 대해 “비대면 진료에서는 초진과 재진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는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되는 5개 의료법 개정안 중 4개 법안이 재진에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받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피부과·비뇨의학과’ 7개 진료과목 비대면 진료 현황(2020년 2월~2022년 9월)을 보면, 초진 비율이 9%(989만8995건 중 89만1529건)이며 나머지 91%(900만7466건)가 재진이었다. 초진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피부과(25.9%)인 반면 가장 낮은 과목은 정신건강의학과(3.3%)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진료과목 특성에 맞게 재진만 허용하면서 비대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비대면 진료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즉각 반박했다. 원산협에 따르면 비대면 플랫폼 이용자의 99%는 초진 환자다. 이들은 “신 의원 측은 건강보험 명세서 기준으로 실시된 비대면 진료 총 1832만건 중 초진·재진 구분이 불가능한 경우 843만건(46%)을 제외했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진료의 초진 비율이 18.5%라고 발표한 보건복지부 통계 역시 이 같은 기준으로 나온 결과다. 원산협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한참 끝난 뒤에도 절반 가까이는 초진·재진 구분이 안 된다는 의미”라며 “그만큼 비대면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가 초진인지 재진인지 나누는 게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비대면 플랫폼 업계는 재진으로 비대면 진료가 한정되면 상당수 업계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재진은 치료가 종결된 뒤 동일 의료진에 같은 병으로 30일 이내 내원할 경우 등에 한정된다. 플랫폼 업계의 수익을 대부분 차지하는 감기·인후염·피부염 등 경증 질환은 사실상 병원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플랫폼 업계는 “감기에 걸린 줄 안 환자가 재진 신청을 하더라도 질병코드가 다른 인후염·독감으로 판정이 나면 의료진·환자 모두 불법을 저지른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원산협 측은 “초진·재진의 구분이 아니라 현장 의료진 판단에 맞게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비대면 진료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질병을 명시한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안이 의료 현장과 가장 맞닿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해본 의료진들도 “만약 재진만을 허용하면 아쉬울 것 같다”고 토로한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하는 A의사는 “비대면 플랫폼으로 서울·부산 등 전국의 환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젠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약사들은 21일 탄원서를 통해 “자본이 부족해도, 젊고 유능한 신진 약사들에게도 비대면 진료는 역량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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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협의 상위단체 격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지난 14일부터 비대면 진료 지키기 대국민 서명운동을 벌여 10일 간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이런 내용을 지난 21일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박재욱 코스포 의장은 “많은 국민에겐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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