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영문판 없이 자의적 번역 보도 어려워"
"국제사회 알리라" 尹 의지 못 따르는 통일부

통일부가 지난 달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연례'라는 조건을 삭제한데 이어 국회에 영문판 발간 계획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처참한 인권 유린의 실상이 국제사회에 낱낱이 드러나야 한다"며 영문판 발간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지만, 보고서 활용에 대한 통일부의 움직임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통일부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한 현안보고에서 "우리 정부 최초로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며 "북한인권 증진 노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고서 활용 계획과 관련해선 "앞으로 유관기관과의 체계적인 협력을 통해 북한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겠다"고 간략히 설명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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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지난달 30일 북한인권법 제정 7년만에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 발간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최초 공개'라는 기대와 달리 기초적인 현황이나 분석마저 제시하지 못해 기존의 북한인권 관련 보고서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고서 제작을 담당해온 북한인권기록센터가 2017년부터 최소 33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인권조사 데이터베이스(DB)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인권실태를 다루는 기초 설문조사에 응답한 탈북민이 3412명, 구체적 피해 진술이 담긴 법정기록물인 문답서를 작성한 탈북민은 2075명에 달했지만, 508명의 증언만 단순 나열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인권보고서 영문판 발간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정부가 북한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지난 10일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을 상대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는데, 당시 외신들 사이에서 영문판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외신 관계자는 "영문판 없이 외신에 보고서를 소개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보고서를 자의적으로 번역하면 의미 전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현재로선 적극적인 보도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외신들과 NGO에서 영문판 발간에 대한 확인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통일부는 예상시점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려면 영문판이 필수적인데, 아직 발간시점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의지를 통일부가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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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관계자는 "영문판 번역 작업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이달 25일까지 발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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