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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보조금 '독소조항' 직접 살펴보니…기술·장부까지 공개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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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환수 위해 3년치 회계장부 요구
기술보안 필수인데…보안위한 접근권도 요구
中 투자제한 이전에 받아들이기 힘든 독소조항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 지원법(CSA) 보조금 신청을 받기 시작, 반도체 생산 시설 구축을 지원하는 390억달러(약 51조5000억원) 지원에 나선 가운데 매우 까다로운 지원요건을 함께 요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요건은 초과이익 공유와 이와 연계된 생산시설 정보 공개, 회계장부 제출 등 기업 정보 공개부문이다. 첨단기술의 보안성 유지가 매우 중요한 반도체 기업들로선 용납하기 어려운 '독소조항'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 현지 공장에 투자하는 한국과 대만 등 해외 반도체 기업들은 물론 미국 반도체 기업들까지 예상치 못한 요건에 난색을 표하면서 미국 안팎에서 지원법의 의도와 방향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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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과 이익 공유(upside sharing)"

"신청자들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예상되는 현금 흐름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반도체 직접 지원(CHIPS Direct funding·대출이나 대출 보증이 아닌 보조금 등으로 직접 지원되는 형태)'을 결정할 때 근거가 됐던 예상치를 상당부분 넘기는 현금 흐름이나 수익을 낼 수 있다. 보조금으로 1억50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받은 업체는 신청 시 예상치를 '크게(significantly)' 넘어서는 현금 흐름이나 수익의 일부분을 미 정부와 공유하라고 요구받을 것이다. 이는 보조금의 75%를 넘기지는 않는다. 초과 이익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쓸 방침이다."


기업들이 보조금의 조건으로 압박을 받을 만한 첫번째 요건은 바로 초과 이익 공유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상무부가 이 조항에 대해 신청서를 내는 기업들이 가능한 한 정확한 예측치를 내놓도록 해 보조금을 확보하려고 손실을 과장하지 않게끔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보조금 재원이 미국인의 세금인 만큼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인데, 정확한 예측을 하지 않으면 추가 수익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일부를 환수한다는 의미다.

민간 기업이 예상보다 더 큰 수익을 확보한다고 해서 오롯이 보조금의 영향만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정부에 미리 알린 예상치를 벗어나는 초과 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초과 이익 공유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중 추가 공개될 예정이다.

2) "'기밀' 생산시설 정보 공개"

"각 시설의 공사, 확장, 현대화 관련 내용을 신청서에 담고 시설의 위치와 현재 존재하는 또는 필요한 인프라 정보도 포함한다. 여기에는 개별 시설이 생산하는, 또는 생산할 예정인 제품과 이 제품의 상위 10대 고객, 생산 규모와 생산능력 관련 정보도 있어야 한다. 만약 신청서에 여러 프로젝트를 제출할 경우 각각의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설명과 이들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장소에 있는 두 팹(공장)에 대해 신청서를 내면 두 프로젝트가 공동 인력 개발 전략을 공유하고 함께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각 팹의 예정된 공사와 확장, 현대화는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반도체 기업에 생산시설 정보는 핵심 기밀 사항이다.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서 공장 내 설비가 어떻게 갖춰졌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는 만큼 관련 정보를 제출하는 것은 반도체 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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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기밀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미 정부는 2021년 9월에도 반도체 공급망 대응을 이유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생산량, 재고, 제품 수요와 관련한 상세 정보를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두 달 뒤 업체들은 민감한 정보는 내용에 포함하지 않은 채 설문조사 답변을 제출했다. 당시 미 정부는 이러한 자료 제출 요구에 반도체 업체가 '자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했었다.


이번 사안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반도체 업체가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할 신청서에 포함되는 자료인 만큼 기업의 부담감이 2년 전과 비교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3) "매출·예상 현금 흐름 등 회계장부 달라"

"(보조금) 신청자와 신청자의 최종 지배기업과 주요 중간기업은 지난 3년간 회계연도 말에 진행된 감사 후 연결재무제표와 현 회계연도의 잠정 재무제표를 제출한다. 또 이익과 자본수익률 등 주요 성과 지표와 레버리지 관련 세부 사항, 신용등급 자료도 제공해야 한다. 또 주요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 대차대조표를 포함한 각 프로젝트의 예상 매출액과 비용, 현금흐름 요약 정보를 내야 한다. 이러한 예상치를 내는 데 사용된 주요 가정에 대한 근거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미 정부는 반도체 시장이 하락세를 걸을 때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재정적 체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젝트의 재정과 관련한 정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를 발표하면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회계장부를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백지수표는 없다"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이 문제없는 기업에 자국 보조금을 지원해 세금 낭비 없이 자국 산업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 정부의 이러한 요구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쏟아져 나온다. 미국의 국영기업이 아닌 글로벌 민간 기업을 상대로 많은 내부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지나친 경영 간섭'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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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방부의 생산시설 접근권 제공"

"반도체는 미국 국방·핵심 인프라 시스템에서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미국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다. 상무부는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에 대한 정부 기관의 필요를 맞추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무부는 국가안보 부품 생산을 위해 상업적 생산, 실험, 패키징 모델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거나 상업 기술을 안보 관련 임무를 지원하기 위해 적용하는 프로젝트를 찾는다. 국방부는 또 국가 안보 프로그램과 관련해 실험, 이행, 생산, 잠재적 통합을 하는 데 있어 생산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미 정부에 제공하길 바란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정책의 핵심으로 국가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성을 확인한 미국이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 등을 주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중국이 반도체 패권을 잡을 수 없도록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퍼붓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 상무부는 보조금을 받으려는 반도체 업체들에 국가 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는 공고 공개 당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미군은 현재 최첨단 반도체를 미국 내 생산분으로는 조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핵심적인 군사 시스템이 공급망 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요구사항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상무부는 기업들에 이러한 기준을 제시한 뒤 해당 프로젝트가 미국의 경제·안보 이익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30장 이내로 설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도체 기업들은 민간 기업에 국가 안보 기관이 쉽게 드나드는 것 자체도 문제인데다, 이 과정에서 기술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큰 우려를 나타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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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보육시설 확보·노조 참여 확대

"육아는 여성을 포함한 경제적 약자의 고용 기회를 늘려주는 핵심 요소다. 상무부는 1억5000만달러 이상의 반도체 직접 지원을 요청하는 모든 신청자에 보육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공장 인력 개발 계획을 세울 때 교육 기관, 교육 제공자, 지역 기반의 조직, 노동조합, 공공부문 조직 등을 포함한 인력 파트너들과 협의하고 조정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산업 정책인 반도체 지원법에 보육시설을 확보하고 노조 참여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기업이 성공하려면 (보육시설 설치로) 여성 근로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안팎에서는 미 정부가 노동력을 확보한다는 경제적 이유를 내세웠지만 산업 정책에 진보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녹였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공고문이 나온 당일 사설을 통해 "반도체 지원법이 법에도 없는 기준을 들이대며 기업에 좌파(progressive) 정책을 강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며 "정부가 기업에 돈을 줘서 정부가 원하는 정책을 실행하게 만들려 한다"고 비판했다.

6) 삼성·SK 관심 큰 '中 투자 제한'…세부 사항은 아직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게 된 신청자는 그날로부터 향후 10년간 '우려가 되는 해외 국가(foreign country of concern)'의 반도체 생산시설 확장에 상당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일부 제한된 조건은 예외로 인정된다. 이에 대한 추가 정보는 보조금 지급 전 신청자에게 제공될 것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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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공고문에서 집중한 요소 중 하나는 중국 투자 관련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40%를,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D램 5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 우려국에 대한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해선 안 된다고 '가드레일(안전장치)'을 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10년간 중국에 시설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반도체 지원법에 언급된 일부 예외 조건은 해당 우려 국가에서 레거시(구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존 시설에 대한 투자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이 시설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더라도 대부분 중국 내수용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미국은 이달 내로 구체적인 가드레일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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