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 추모 의미 담긴 작품 '검은 비'

옛전남도청복원사업 진행 시 철거 불가피

2018년 5·18민주화운동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만들어져 5·18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작품 '검은 비'가 존치와 철거를 두고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광주광역시는 28일 오후 3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4층 시민마루에서 예술가, 광주시 관계자, 단체,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작품 검은 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사회는 이기훈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상임이사가 맡았고, 주홍 작가와 홍성칠 옛전남도청복원시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이 발제했다.


토론에는 하성흡 한국화작, 조경옥 영상작가,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허달용 전 민예총 회장이 참석했다.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 4층에서 28일 오후 진행된 '검은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 홍 작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민현기 기자]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 4층에서 28일 오후 진행된 '검은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 홍 작가가 발제하고 있다. [사진=민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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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를 맡은 주 작가는 검은 비를 시민이 직접 마주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관리 당사자인 아시아문화전당이 다시 상무관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작가는 "복원 사업을 이유로 후손에게 남길 명작이 파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작가가 아무 대가 없이 시민들에게 헌사한 영혼이 깃든 작품을 법의 잣대만 들이밀며 헌신짝 취급하고 있어 광주시민의 현명한 집단지성의 판단으로 검은 비를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은 비의 가치와 예술성이 아닌 사적지와 공적인 약속과 신뢰를 기준으로 삼아 반대의 입장도 나왔다. 상무관은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공유공간이며 사적지인 상무관은 성격과 정체성에 맞게 합리적 절차와 합의에 의해 운영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무관 원형이 존재하는 한 상무관의 역사와 흔적,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정신과 얼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홍 위원장의 주장이다.


홍 위원장은 "상무관 프로젝트 추진은 130여개 단체로 이뤄진 행사위원회, 광주시, 아시아문화전당이라는 공익적 기관, 공적 시스템이 가동돼 규정에 의한 절차와 합의, 약속이행을 담보로 성사된 결과물이다"며 "전시가 종료된 뒤 회수 또는 철거를 전제로하는 관례적 합의와 이행 합의서가 있는 조건에서 당연히 합의서에 따라 철거를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시는 작품 검은 비가 2018년 7월 상무관 프로젝트 전시가 종료됐음에도 작품이 존치되자 비엔날레 종료일까지 전시를 연장했으며, 같은 해 11월 518민중항쟁행사위원회가 '전시작품 관련 보장 및 연장 관련의 건'으로 작품 보관 기간을 2019년 5월까지 연장 요청했다.


검은 비를 만든 정영창 작가는 일시존치 기간 만료 및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사업상의 목적으로 이전을 요청할 경우 즉시 따른다는 내용이 담긴 '이행각서'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과 아시아문화원장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2020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시에게 옛전남도청 복원공사 준비를 위해 광주시에 상무관 설치전시물에 대한 후속조치를 요청했지만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추모객들에게 전시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검토 의견으로 전시 협조를 요청했고 이후로 옛전남도청 복원공사가 연기되고 정 작가가 독일에 거주하면서 검은비 작품은 상무관에 보관되고 있다.


문제는 예고된 철거기한이 두 달을 넘어가며 민간 미술관에 이전하는 방안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총 사업비 466억원을 들여 옛 전남도청 일대 복원사업이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3월부터는 복원공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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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서 토론회 소식을 접하고 광주를 찾은 정석호(71)씨는 "수년 전 작품 검은비를 보고 큰 감명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상무관이 광주지역에서 상징하는 의미가 특히 깊기 때문에 작품이 존치됐으면 싶다가도 옛전남도청복원사업 또한 중요한 현안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행정기관의 적절하고 지혜로운 결정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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