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연간 7.9ℓ 알코올 꿀꺽…"술마시려면 천천히"
술 약속 많은 연말, 건강 경계령…간접 음주 폐해도 문제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 지난해 연말 회식 후 귀가하던 중 50대 A씨는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A씨는 도수 17도 소주 2병 정도를 마신 상태였는데,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오토바이 백미러 쪽에 이마가 찍힌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9바늘가량 꿰매야 하는 부상을 입었다.
A씨는 "음주 상태라 정확히 어떻게 다친 것인지 기억은 안 난다. 오토바이 백미러에 피가 묻어있어서 여기에 찍혀 다쳤구나 생각했다"며 "술을 먹어서 그런지 고통은 크지 않았다. 피를 많이 흘리는 걸 동료가 발견한 후에야 응급차로 병원으로 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도 지혈 정도의 처치를 받았을 뿐 상처 부위를 꿰매는 치료는 다음 날에야 받을 수 있다. A씨는 "음주 상태에서는 수술이 안 된다고 하더라"라며 "그래서 술이 깨고 다시 병원으로 가서 봉합했다. 상처가 꽤 커서 그런지 지금은 다 아문 상태인데도 하얀 흉터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송년회가 몰려 있는 연말, 술 약속이 증가하는 만큼 음주로 인한 사고도 늘어난다. 한국인들의 송년회 모임에서 술은 기본 옵션이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즐기는 이들의 경우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게 문제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순수 알코올(맥주는 4~5%, 포도주는 11~16%, 독주는 40%의 알코올로 환산) 기준 2020년 국내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7.9ℓ인 것으로 집계됐다. OECD 세계 1인당 알콜음료 소비량 평균(8.5ℓ)보다는 낮지만, 혼술(혼자 마시는 술) 문화가 한국보다 먼저 정착한 일본(6.7ℓ)보다는 높다.
술을 자주 마시고 많이 먹게 될 경우 자기 절제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술의 중독성 때문이다. 음주는 암 발병 위험을 키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15일 유정은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 통계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성인 451만3746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평소 술을 마시던 사람이라도 음주량을 늘리는 경우 암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발병 위험은 저위험 음주에서 중위험 음주자가 되면 10%, 고위험 음주자가 되면 17% 높아졌다. 중위험 음주자 또한 고위험 음주로 변하면 위험도가 4% 올랐다. 음주군은 저위험(15g 미만), 중위험(15~30g), 고위험(30g 이상)으로 분류된다. 알코올 15g은 대략 맥주 375mL 1캔 또는 소주 1잔 반 정도다.
음주는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알코올관련 질환 전체 사망자 수는 5155명으로 나타났다. 또 술은 음주자 본인은 물론 주변에게도 피해를 주는 간접음주폐해를 낳을 수 있다.
간접음주폐해는 음주자가 끼치는 사회적 악영향을 뜻하며 음주운전 사고, 주취자 소란 및 재물 파손, 잦은 음주로 인한 직장 결근 문제 등이 해당한다.
이해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8%이상 올라간 상태를 폭음이라고 한다"며 "정신이 끊기게 되는 블랙아웃과 제 정신이 아니게 되는 탈억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탈억제가 무섭다"며 "빨리 폭음 상태에 이르게 되면 몸이 취하기 전에 정신이 먼저 취해 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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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사장은 "적게 마시는 것보다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안주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대화를 많이 하고 화장실을 자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술자리에 내내 앉아있는 것보다 일어나서 움직여야 내가 취했는지, 안 취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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