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어서오세요, 밀라노 기사식당입니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2020년 8월 서울 은평구 증산동 공공재개발 예정지역에 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밀라노 기사식당'이었다. 개점 효과가 사라지자, 불안함이 엄습했다. 이 식당의 주인이자, 셰프인 박정우 씨는 "스스로를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이 사라진 거리는 더 커보인다. 레스토랑의 빈 자리는 그보다 열 배는 더 커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은 공허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하나 둘씩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이 있었다.
박 셰프에게는 그들이 남긴 빈 그릇이 그 어느 것보다 소중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은 빈 그릇이나, 꼬마 손님이 헤치운 두 그릇, 부모님께 대접하기 위한 여러 그릇 등 박 셰프는 소중했던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느낀 점과 빈 그릇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실었다.
2년 간의 생존의 일상은 그렇게 지났다. 코로나19는 사라지지 않았다. 일상이 되었다. '밀라노 기사식당'은 살아남았고,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 퓨전 레스토랑이 됐다. 박 셰프의 '빈그릇 이야기'는 하나의 책으로 엮여 '어서오세오, 밀라노 기사식당입니다(예문당)'으로 지난 8월 출간됐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빈 그릇 사진만 있는 책에서, 빈 그릇에 담겼을 음식에 대한 맛이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음식을 만든 이와 먹는 이 간의 교감의 흔적이 뇌리를 자극하기 때문일 꺼다. 이곳을 다녀간 손님들이 "여행을 다니다 박 셰프가 생각나 선물을 사왔다"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며 소개를 하거나 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맛은 배가 부르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셰프와의 교감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된다.
'돈보다 손님을 먼저 생각한다'는 박 셰프와 '사람이 사람으로 머물다가 가는 레스토랑'인 밀라노 기사식당의 생존기를 담은 '어서 오세요, 밀라노 기사식당입니다'는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자영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참고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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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오, 밀라노 기사식당입니다 | 박정우 | 예문당 | 237쪽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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