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6월에도 삼성전자는 ‘6만전자’다. 주가는 6만원대 터널에 갇혀 좀처럼 오를 기미가 없다. 그런데도 이달 들어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지난 4월 말 삼성전자는 일부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는 사내 메일을 보냈다. 당시 메일에 자사주 매입에 대출이 필요한 경우 대출 상품도 안내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주가 부진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이 크다는 사실에 개인 투자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국민 10명 중에 1명 이상이 들고 있는 ‘국민 대장주’, 어느새 소액주주는 600만명에 달한다. ‘6만전자’ 탈출을 위해 삼성전자 임원들이 ‘600만명의 개미’와 함께 고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주가 흐름이 부진할 때 기업 내부 핵심 인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지지하거나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비전 발표는 아니었어도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부양에 힘써보겠다는 ‘이벤트’에서 책임경영의 의지가 느껴졌다.
다만 주가 부양 효과는 없었다. 글로벌 대외 악재에 위축된 시장의 영향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트린 이유는 자사주 매입이 기대했던 것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라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두 달간(4~5월) 자사주를 사들인 임원은 44명으로 파악된다. 등기 5명, 미등기 933명을 합쳐 총 938명의 임원 가운데 4.7%만 자사주를 매입했다. 초라한 숫자다. 5월 한 달간으로 범위를 좁히면 자사주를 사들인 임원은 22명에 불과하다. 부사장 19명, 상무 3명이다. 5월 한 달간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산 임원은 오종훈 부사장이다. 그는 주당 6만8100원에 5140주를 매입했다. 총 3억5003만원어치다. 최정준 부사장과 김연성 부사장도 각각 5000주, 4500주를 매입하면서 3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삼성전자 임원 평균 연봉이 7억9000만원이라고 해도 거금을 투입한 만큼 책임경영을 실천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지만, 일부에 그치면서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개미들의 불만이 크다.
삼성전자 주가 발목을 잡은 것은 펀더멘탈이나 업황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긴축 정책에 따른 빅테크 투자심리가 위축된 이유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성장성을 지적하는 증권가의 분석이 많아지고 있다. 고객사들의 반도체 구매 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 4분기부터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도 속속 하향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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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메일에서 ‘경영진과 주요 임원들이 당사 주식을 매수하면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에 알릴 기회’라고 표현했다. 이제는 자사주 매입만으로 성장성을 자신하는 약발은 통하지 않는다. 주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임원들이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면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강화할 수 있지만, 이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주가는 미래를 먹고 산다는 증시 격언이 있다. 자사주 매입이라는 이벤트보다 성장 스토리를 보여줄 때다. 어떤 비전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공격적으로 드러내는 것만이 바닥을 뚫고 지하실로 향하는 주가를 유턴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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