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격변의 25년]韓 경제 역동성 커지고 위험도 분산
삼성·SK·현대차 집중도 높지만
IT기반 네이버·카카오 대거 약진
"경제 대내외 위험 분산 효과"
국내 부자순위도 탈대기업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동훈 기자] 우리나라 경제에서 10대 그룹의 자산 집중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기업 자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지만 IT 기업이 대거 약진하면서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경제 역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다양한 대내외 위험을 분산하면서 경제 체질이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모두 2617조7000억원으로, 전년 2336조4000억원 보다 12.0% 증가했다. 현재 통계가 잡히는 1997년 32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성장세는 무려 8배에 달한다.
상위 10대 그룹의 자산총액도 1997년 265조8000억원에서 1718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다만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81.2%에서 65.7%로, 25년 만에 15.5%포인트 낮아졌다. 10대 그룹에 자산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과거에 비해 최근 몇년새 IT를 중심으로 한 기업들이 눈에 띄게 성장한 것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10대 그룹 자산총액 비중(대기업집단에 공기업이 포함됐던 2002년부터 2016년 제외)은 2017년 77.4%를 기록한 이후 2018년 68.6%로 크게 낮아졌다. 이듬해인 2019년 69.7%로 소폭 늘었지만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시간 동안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IT그룹의 도약이 이뤄졌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등재돼 있는 ‘Chaebol’(재벌)은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대변하는 단어였다. 가족 소유의 대기업의 독특한 형태를 뜻한다.
여전히 재벌그룹은 남아 있지만 자산 집중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라는 해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위 10위 그룹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같은 비중 변화는 다양한 기업들이 나오고 있고 우리 경제가 겪게되는 많은 대내외 위험 요인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뒤따라가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우리나라 부자 순위에서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5위권 내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CVO(최고비전제시책임자)가 포함되면서 ‘탈(脫) 대기업집단’이라는 흐름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그룹별로 보면 최상위권 그룹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다. 삼성그룹의 자산은 1997년 51조6000억원에서 올해 483조9000억원으로 949%나 폭증했다. 자산 비중도 15.7%에서 18.4%로 2.7%포인트 늘었다.
올해 첫 재계 순위 2위에 오른 SK그룹의 자산도 같은 기간 22조9000억원에서 291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자산 비중 역시 6.9%에서 4.2%포인트나 증가한 11.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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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집단 최상위의 집중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해외에서는 최상위권이 경쟁하는 만큼 국제 경쟁의 입장에서는 이런 최상위권의 집중도가 필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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