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
국내 연구진, 세계 최초 '밀 알레르기 저감 품종' 개발 성공…美·中 특허등록
현밀 자급률 1% 불과…2025년 5%→2030년 10% 달성 목표

전북 완주군 소재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에 마련된 ‘스피드브리딩’ 연구실에서 김경훈 농업연구사가 재배 중인 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전북 완주군 소재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에 마련된 ‘스피드브리딩’ 연구실에서 김경훈 농업연구사가 재배 중인 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완주(전북)=손선희 기자] 전북 완주군 혁신도시 부지에 자리 잡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자칫 농경지로 오해할 법한 광활한 연구용 작물 재배지 사이를 차로 5분여 달려 ‘밀 연구동’에 도착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식량 안보’가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서 오직 밀 연구를 위해 지난달 문을 연 곳이다.


연구동 내부 1층 복도를 쭉 들어가 여느 회의실과 다를 바 없는 문을 열자 난데없이 화초처럼 잘 관리된 밀이 보였다. 1년에 한 번 자라는 곡식인 밀을 연 최대 4회까지 길러내는 ‘스피드브리딩(세대 촉진)’ 연구실이다. 비닐하우스에 들어온 것처럼 후덥한 습도와 온도가 느껴졌다. 아직 푸른 잎이 무성한 밀부터 완전히 누렇게 익은 밀까지, 발육 단계가 완전히 다른 밀들이 한공간에서 칸칸이 자라고 있었다. 김경훈 농업연구사(농학박사)는 "밀 품종 개발에는 최소 13년 이상 걸리는데, 세대 촉진 연구실 덕분에 연구기간을 8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서구화된 식문화 영향으로 밀은 쌀에 이은 ‘제2의 주식 작물’로 떠올랐다. 국내 연간 밀 소비량은 33㎏(2019년 기준)으로, 쌀 소비량(59.2㎏)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하루 세 끼 중 한 끼는 ‘밥 대신 빵’인 셈이다.


[공기UP, 현장에서]K-밀 차별화 품종 개발로 '식량안보' 지킨다 원본보기 아이콘

그렇다면 이처럼 소비가 급증한 밀의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1% 남짓에 그친다. 우리나라 국민이 먹는 밀의 99%는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값이 폭등하자 밀 자급률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AD

국내로 수입되는 밀은 미국과 호주가 각각 47%로 사실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수입 밀의 최대 강점은 압도적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이다. 국산 밀은 수입산에 비해 2.5~3배 비싸다. 게다가 가공 용도에 맞춰 강·중·박력분 구분이 되지 않아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다. 한국은 밀 수입에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외화를 지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 밀의 판로를 개척하고, 궁극적으로 식량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 이곳 연구원의 목표다. 김 농업연구사는 "결국 핵심은 연구개발(R&D)을 통한 차별화"라며 "국산 밀만의 특화된 품종을 개발해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에서 연구진이 국산밀 품종 '오프리'와 '아리흑'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오프리는 세계 최초로 밀 알레르기 저감 효과가 확인된 품종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 국제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에서 연구진이 국산밀 품종 '오프리'와 '아리흑' 등을 소개하고 있다. 오프리는 세계 최초로 밀 알레르기 저감 효과가 확인된 품종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 국제특허 등록에 성공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원본보기 아이콘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연구진은 2017년 세계 최초로 밀 알레르기 반응을 저감시킨 품종 ‘오프리’ 개발에 성공했다. 관련 실험 결과 알레르기 유발 요인으로 지목된 ‘항원(오메가)이 없다(Free)’는 의미로 작명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에 국제특허를 등록했고, 유럽에도 특허 출원한 상태다. 국내에선 흔치 않지만, 미국에서는 100명 중 1명꼴로 ‘셀리악 병(밀 알레르기)’이 확인되고 있다. 이들을 겨냥해 오프리 밀을 활용한 라면 등 가공식품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 유색 밀 ‘아리흑’도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흑밀로 만든 빵이나 면, 통밀밥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국내 밀 연구는 아직 초기 수준인 데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품종 개발부터 실제 농가에 재배법 전수, 밀 납품으로 가공식품을 생산해 소비처를 확보하기까지 수 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밀 연구동에는 현재 12명의 연구진과 30여명의 보조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2월부터 ‘밀산업 육성법’을 시행하고 있다. 2025년까지 밀 자급률 5%, 2030년에는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결국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예산 확보는 물론 인력에 대한 투자와 조직 안정성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2022년 3월 개소한 전북 완주군 소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

2022년 3월 개소한 전북 완주군 소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밀 연구동'.

원본보기 아이콘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