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십 수 년간 피해자와 유족을 접한 상담가로서, 또 주변인으로서 그들의 일상회복 방법을 고민해온 트라우마 상담가의 저서다. 모두가 사건에 주목할 때, 그는 피해자들의 아픔과 상처에 관심을 기울인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적정한 시선과 태도는 섣불리 위로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고 말하는 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며 용서를 강요받고, 또한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피해자의 처지에 문제를 제기한다. 반대로 가해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상황에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지만 너무도 쉽게 가해자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지적한다.

[책 한 모금] 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용서하지 않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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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랫동안 성선설과 성악설 모두를 부인하면서 인간이 백지상태로 태어나 어떻게 교육받느냐에 따라 결이 다른 사람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의 회복 과정을 함께하는 경험이 누적될수록 그리고 그들의 이웃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힘쓰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선한 의지가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선하다. 이 책을 읽는 당신도 분명 선하다. 범죄 피해자의 경험에 귀 기울이려는 당신의 선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에 예기치 않게 그리고 아무런 잘못도 없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니 더욱더 조심하며 살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더욱 주변 사람을 의심하며 불안해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니 누군가 범죄 피해자가 되었을 때 우리의 일부가 상처 입었다고 생각하고 그 아픔을 건강한 방식으로 공감해 주자는 말이고, 그들이 잘 회복해서 건강한 이웃으로 돌아오도록 돕자는 말이다. 여러 연구에서 범죄 영향을 벗어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요인이 ‘주변의 지지’임을 공통되게 보여준다. 이 말은 이 책을 읽는 당신이 범죄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누군가를 도울 유일한 자원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시간을 달리 경험하며 결과적으로 시간의 긍정적 효과도 사람마다 달리 나타난다. 보호적인 환경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시간은 분명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특효약이다. 하지만 홀로 고독하게 후유증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경우 긴 시간은 또 다른 고통이 되며, 고통스럽게 보낸 그 시간이 쌓여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회복의 여정은 길고 험난하다. 그래서 홀로 감당하기에는 무척 버겁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주제의 가장 존경받는 권위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Elisabeth K?bler-Ross)의 말처럼 돌봐주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길은 덜 외롭고 덜 고단할 수 있으며 인고의 시간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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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 김태경 지음 | 웨일북(whalebooks) | 284쪽 | 1만6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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