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혜리/언론인·문화비평

[톺아보기]나노사회와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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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가 사는 사회를 김난도 교수가 대표 집필하는 ‘트렌드코리아 2022’에서 ‘나노 사회’라고 이름 지었다. 사회가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 분화되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사회의 원자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그 추세가 더욱 강력해졌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다른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진단이라고 본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자 도생의 길을 걸으며 각자 스마트폰 속으로 흩어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이런 시대에 최대의 정치 이벤트인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참 무모하고도 가혹한 일이다.


극도로 파편화한 사회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제약 아래서 선거 캠페인을 전개해야 하는 각 후보와 정당은 매스미디어 뿐 아니라 인터넷 언론, 유튜브 채널과 각종 SNS를 동원해 연일 네거티브 공방으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미디어가 투표 행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되, 후보자들의 개인적 이미지가 투표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언론사들이 거의 매일 쏟아내고 있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도 ‘미디어 선거’를 실감하게 한다. 선거 여론 조사 결과는 여론의 반영인 동시에 여론의 향방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정보인 만큼 후보에 대한 정보에 목마른 유권자 입장에서 솔깃할 수 밖에 없다. 유력 후보의 지지율은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 호재를 언론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각 언론사 보도를 보면 편차가 크고 후보별 지지도가 들쭉날쭉이라 제대로 된 선거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조사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여론조사와 달리 TV토론은 주요 후보들의 정책 역량과 비전, 호감도 등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 들여진다. 실제로 4개 정당 협의로 지난 3일 열린 여야 대선 후보들의 첫 4자 TV토론 합계 시청률이 39%로 15대 대선(55.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TV 외에 유튜브를 통해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도 수십만명에 이른다. 이처럼 높은 시청률은 매스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각 후보와 정당의 네거티브 공방에 국민들이 얼마나 질려 있었는지, 친구나 동료 간에 자유롭게 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정보에 목말라 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판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양강 구도로 굳어진 상태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TV토론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상대 후보의 결집된 표를 뺏어 오지는 못하더라도 부동층 표심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TV토론은 한국 정치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하고 선진적 선거 문화를 일궈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 15대 대선부터 방송사 주최로 처음 성사됐다. 기계적 공정성에 치중하면서 형식이 내용보다 중시된다는 지적과 함께 TV 토론이 후보자의 상황 대처 능력이나 인간적 특성을 부각시켜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한다는 회의적 반응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가 주요 이슈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고 비교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정보원이 된다.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가진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정치적 신념을 진정성있게 호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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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뒤 투표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법정 TV토론이 세 차례 예정돼 있다. 이밖에도 후보들은 이런저런 토론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상대방 흠집내기, 얄팍한 지식을 자랑하려는 듯한 장학퀴즈식 문답이 아닌 각자의 정책과 비전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진정한 토론을 기대해 본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국민들을 결집시키고, 희망을 안겨주는 책임감 있는 후보에게 표심은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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