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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분할도 ‘3%룰’ 추진에…재계·전문가 "위헌 소지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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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세계서 유례가 없는 법안"
재산권 침해·위헌 논란도 제기
국민연금 영향력 비대도 지적

합병·분할도 ‘3%룰’ 추진에…재계·전문가 "위헌 소지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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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문채석 기자]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도입할 때 3%의 기준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근거없는 ‘3%’ 기준이 인적·물적 분할까지 도입된다는 것은 기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습니다."


여당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인·물적 분할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계는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옥죄기 법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대주주의 권한을 제한하는 제도가 계속 도입되면 위헌 논란과 함께 국민연금공단의 영향력이 비대해져 ‘연금사회주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논란의 ‘3%’룰…인·물적 분할까지 사실상 봉쇄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통해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규정된 계열사에 대해 합병·분할·영업 양수도 같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될 시 소액주주가 반대하면 인·물적 분할이 사실상 막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분할·상장의 경우 소액주주가 모회사 지분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LG화학의 대주주인 LG가 지분 34.17%를 활용해 의결요건을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LG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분할·상장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재계에서는 그나마 남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모두 빼앗는 내용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대기업 임원은 "‘3%룰’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법안이었다"며 "기업의 분할·합병은 핵심경영 사안인데 대주주를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경영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는 2020년 감사·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 시켰다. 이 때도 재계는 ‘3%룰’이 지배구조 구성에 걸림돌이 되며 해외 투기 세력의 경영권 공격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했지만 정치권은 그대로 강행했다.

한 경제 단체 관계자는 "분할·합병이 이뤄지면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통한 주주가치 재고를 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산가치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연금사회주의’ 될 판

여당의 법안에 대해 시장 관계자와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특히 2020년 상법 개정안 통과 때 도입된 ‘3%’의 기준이 지나치게 확장,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020년 상법개정안 통과시 그 누구도 ‘3%’라는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그 때 한 번 잘못된 기준이 만들어지면서 대주주의 권한 축소시키는 근거도 없는 ‘3%’ 적용이 남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위헌 논란과 함께 대주주의 지배력을 약화시켜 민간기업도 국민연금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 통과시 대주주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정도를 제외하면 의결권을 제대로 펼 주체가 없다"며 "이렇게 되면 민간기업들도 ‘연금사회주의’ 공기업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개정 후 물적 분할 활동은 물론 주식회사 설립 위축과 자본시장 위축까지 갈 수 있다"며 "‘3%룰’ 이 적용되면 대주주가 상법상 명시된 ‘주총 결의 취소의 소’를 걸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의결권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명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3% 룰’ 자체가 1주 1의결권이라는 상법의 기본 정신에 어긋나는 논리"라며 "여권은 차등의결권 도입을 ‘1주 1의결권’을 내세워 반대하면서, ‘1주 1의결권’에 어긋나는 ‘3%룰’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가 상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면 다른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3%룰’ 확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소수주주 동의제(MOM, 대주주와 총수의 일탈을 막기 위해 경영상 결정에 소수주주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제도)처럼 훨씬 시장친화적인 제도가 있다"면서 "경영권이 제한되는 3%룰은 대한민국에만 있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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