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내비치는 판세 바로미터
반성·사죄의 큰절이 꼭 승리로 이어지는 보장은 없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달 들어 각자 국민에게 큰절을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이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해 많이 부족했다(24일)"며, 윤 후보는 "부족한 점을 고쳐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열망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1일)"면서 각각 예정에 없던 큰절을 올렸다. 뜬금없는 큰절 릴레이에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위기’라고 느끼는 것이라는 해석이 붙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4일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AD
원본보기 아이콘


여의도 법칙 가운데 하나는 후보의 큰절은 선거 국면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행동이라는 점이다. 고개를 숙인 시점을 보면 두 후보 모두 판세가 불리했을 때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꼭 승리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큰절을 올렸던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삼보일배를 한,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찬성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민심이 크게 동요하자 반성과 사죄의 의미를 담아 2박3일간 광주에서 세 걸음 걸을 때마다 큰절을 했다. 후유증까지 얻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킨 선거운동이었지만, 결과는 참패했다. 추 전 장관은 지역구 광진을에서 낙선했고 민주당은 9석을 얻는 데에 그쳤다.


2016년 4월 총선에서는 ‘친박공천’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공천파동에 비판 여론 심상치 않자, 당시 최경환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을 비롯해 대구지역 12개 지역구 후보자 전원이 단체로 큰절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구지역 12개 중 4개구에서 더불어민주당(김부겸), 무소속(주호영·유승민·홍의락) 후보에게 표를 뺏기며 결국 8명 당선에 만족해야 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표가 부산시장 선거에서 큰절을 했다. 그는 "부산까지 무너지면 우리 자유한국당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지지자들을 향해 읍소했지만, 결과는 민주당 소속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승리를 차지했다. 울산시장, 경남도지사 등 보수 텃밭에서조차 모두 대패했으며 이 선거에서 민주당은 총 7곳의 시장선거를 싹쓸이, 1곳만 자유한국당이 차지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의 큰절 사례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다. 2020년 서울 종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황 전 대표는 선거 하루 전인 4월1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큰절을 올렸다. 당시 통합당 내에서는 ‘인천 촌구석’ 실언으로 시작, ‘n번방 호기심’, ‘3040 세대는 무지’, ‘세월호 텐트문란 행위’ 등의 막말이 잇달아 나와 고초를 겪던 때였다. 결과는 20%포인트 차 참패였다.


‘큰절의 징크스’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징크스를 매 선거 때마다 되풀이 하는 까닭은 큰절을 해야만하는 이유들이 선거 때마다 생겨나기 때문이다. 올 3월9일 대선을 앞두고도 마찬가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24일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큰절을 한 데에 이어 정확히 두 달 만인 1월24일 ‘경기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또다시 큰절을 올렸다. 민주당의 부족함에 대한 사죄, 반성의 뜻이라고 했다. 특히 이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수십차례 "부족했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사태에 대해서도 거리를 두고, ‘내로남불, 공정’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질책이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수용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윤 후보 역시 지난 1월1일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선대위 신년인사회에서 구두를 벗고 큰절을 했는데 당시 선대본 상황을 보면 윤 후보 큰절의 의미를 따져볼 수 있다. 작년말부터 올초까지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등 국민의힘 내홍에 지지율이 곤두박칠치던 시기였다.

AD

김효태 선거·정치 컨설턴트는 "큰절에는 정치적 함의가 담겨있는데, 선거에서 이기고 있는 사람은 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 선거에서 늘 그래왔다. 판세가 ‘이게 아닌데’ 싶을 때 절을 한다"면서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 이미 판세가 불리한 상황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큰절 후에 지는 게임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