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시비비] 한물간 통신비 대선공약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시시비비] 한물간 통신비 대선공약
AD
원본보기 아이콘

대선 철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 중 하나가 통신비 인하다. 그런데 이번 20대 대선을 앞두고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동통신 3사가 LTE 서비스로 지난 10년간 18조원의 초과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대선 후보들에게 LTE 반값 통신비 공약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한 달이 지났지만 이를 대선공약으로 채택한 후보는 아직 없다. 너무나 황당한 주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 후보 시절 기본료 폐지 공약을 내걸었지만 대통령 당선 이후 공약은 지키지 못했다. 당시 대선 여론 조사 결과 불리해진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국민의 눈길을 끌 정책으로 기본료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집권 이후 이를 실행시키려 엄청나게 노력했으나 시장경제 원칙 침해와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불발됐다.

이 가운데 이재명 후보가 통신비 관련 공약으로 ‘병사 반값 통신비’와 ‘안심 데이터’를 내놓았다. 병사 반값 통신비는 통신요금 할인 폭을 50%까지 올리는 방안이고, 안심 데이터는 기본 데이터를 모두 소진한 후에도 최소 수준의 속도로 데이터 이용을 무료로 보장하는 것이다. 안심 데이터와 유사한 서비스는 이미 통신사들이 월 3000~5000원 수준에 판매 중인데 이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 공약 모두 통신요금에 국가가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자유시장 경제 원칙에 위배된다. 요금을 깎아주려면 그 금액만큼 국가가 예산을 책정해 실행하면 된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다.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 되는 포퓰리즘적 공약은 그만둬야 한다.


가계 통신비 인하는 모든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민간기업인 통신사들에 요금 인하를 강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직접적으로 기본료 폐지나 요금 감면을 강제하지 않고 제도 개선을 통해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뜰폰이다. 2011년 도입된 알뜰폰은 통신사의 통신망을 저렴하게 임대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소비자 요금은 통신사 요금제 대비 30~50% 가까이 저렴하다. 알뜰폰은 통신사들의 통신망을 그대로 빌려 쓰기 때문에 통신 품질은 동일하다. 이 때문인지 최근 통계를 보면 가계통신비 부담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2018년 부터 2020년 까지 최근 3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비 인하 책임은 국내 통신사에만 부과해 왔다. 구글과 넷플릭스와 같은 초거대 기업들은 전 세계 유·무선 통신망 데이터 트래픽의 대부분을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지만 망 이용대가 지불은 거부하고 있다. 늘어난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망 투자비는 오롯이 통신사의 몫이다. 디지털 문화에 접근하기 위한 비용을 오직 통신사에만 요구해도 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디지털 대전환과 4차산업혁명의 근본 바탕인 통신망은 매우 중요하고 통신 인프라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디지털화와 온라인 중심의 사회 구조도 견고해지고 있다. 주위만 둘러봐도 현재의 디지털 생태계는 과거에 비해 한층 더 복잡하고 다양하다. 소비자 단체들도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번 대선부터는 단순히 통신비 인하를 넘어 국민의 디지털접근권 확대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임주환 한국통신학회 명예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