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s] '58년 내공' 오영수, 월드클래스 깐부잖아…연극도 매진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오영수는 58년간 배우로 살아왔다. 박인환 등 함께 연기를 시작한 동료들은 방송국으로 향해 인기를 얻었지만, 그는 무대를 지켰다. 부와 영예를 탐하는 법이 없었다. 스타가 된 동료를 부러워하지 않고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걷다 78세에 세계적인 '깐부'로 떠올랐다.
오영수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TV드라마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오징어게임'은 작품상·주연상(이정재) 후보에도 올랐으나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오영수를 가장 높이 평가했다.
한국인 최초 쾌거다. 일각에서는 올해 골든글로브가 인종차별, 성차별 논란, 부패 의혹이 제기돼 영화·방송계가 보이콧해 초청 배우, 중계 없이 진행된 바. 콧대 높은 미국 HFPA가 일련의 논란을 의식한 수상자 선정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의 전 세계 열풍은 유례없는 일이기에, 시상식을 둘러싼 논란을 차치해도 충분히 예견 가능한 결과라는데 의견이 모인다.
오영수는 지난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게임'에서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구슬치기 장면에서 이정재에게 건넨 "우린 깐부잖아"라는 대사가 열풍을 일으키며 '깐부 할아버지'로 인기를 얻었다.
오영수는 지난 8일 연극 '라스트세션'(연출 오경택) 첫 공연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없는 월요일인 지난 10일, 그는 홀로 연습을 진행하다 골든글로브 결과를 들었다.
수상 낭보에 오영수는 "생애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하고 싶다"며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했다.
오영수는 이후 쏟아지는 언론 매체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다. 관객과의 약속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다.
함께 '라스트 세션' 무대에 오르고 있는 신구, 이상윤 등은 오영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공연 제작진도 크게 기뻐했지만, 오영수는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오영수·이상윤이 무대에 오르는 11일 오후 8시 '라스트 세션' 공연이 매진을 기록했고, 티켓오픈된 1월 대부분 회차가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영수는 3월 6일까지 무대에 오르며, 2~3월 공연 회차도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63년 극단 광장 단원으로 출발해 58년간 연기를 업(業)으로 삼아온 배우 오영수는 78세에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최근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그는 "붕 뜬 기분인데 자신을 정리하면서 자제심을 가지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를 가더라도 의식을 해야 하고 유명해지는 것도 힘든 거구나 느꼈다"고 했다.
오영수는 "산속에 꽃이 있으면 젊을 때는 꺾어가지만 내 나이쯤 되면 그냥 두고 다음에 다시 보러온다. 인생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해 긴 여운을 안겼다.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에 거주 중인 오영수는 매일 새벽 공원을 찾아 철봉에 오르고 산책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다. 이는 배우로서 지키는 오래된 습관이자 루틴이다. 그 모습이 한결같아 주민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다.
오영수는 자택에서 공연장이 있는 서울 대학로까지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있다. 왕복 세 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거리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명예는 부(富)를 부르고 사람을 부르기 마련. 인기가 높아지면 광고와 여러 방송, 인터뷰 제안이 밀려든다. 일확천금의 유혹도 존재한다. 소위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해, 부지런히 자신의 대외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배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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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에게도 여러 제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는 상황을 곧게 바라보며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고 있는 모습이다. 인기에 편승하는 것보다 자신을 지키는 일을 더 귀하게 여기는, 팔순 명배우의 행보가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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