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절 안한 중국 아이돌, 한국에서 봉변…문화 상품은 포용적이어야
중화사상에 자아도취된 중국에선 글로벌 콘텐츠 나올 수 없어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중국인 멤버 큰절을 하지 않아 한국 누리꾼들에게 비난받다'.

중국 바이두(한국판 네이버)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관영 환구시보가 9일 0시5초에 올린 기사다.


사진=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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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를 찾다 보니 이 매체는 지난 4일 'K팝 그룹의 중국인 멤버가 중국식으로 새해 인사를 했다'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걸그룹 에버글로우(Everglow)의 중국인 멤버인 왕이런이 한국 팬 사인회에서 중국 전통 예절로 신년 인사를 했고, 그 모습을 본 중국 누리꾼들이 극찬했다는 내용이다. 한국인 멤버 5명은 한국식 새해인사인 큰절을 한 반면 왕이런은 혼자 중국식으로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그러면서 '왕이런, 중국 스타의 해외 진출 좋은 본보기'라는 중국 누리꾼의 댓글을 전했다. 그가 중국 예절을 지키고 중국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환구시보는 그가 중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위에화 소속이며, 과거 그가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면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우리가 국뽕이 있듯 중국인들도 국뽕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9일 새벽에 올라온 기사는 180도 바뀌었다.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칭찬받고 있는 왕이런이 무릎을 꿇는 한국식 새해인사를 하지 않아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문화를 지킨 그가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두에는 왕이런이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는 유사한 기사가 쌓여있다.


환구시보는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중국식 문화에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별도 기사를 실기도 했다. 이 매체는 드라마 '설강화'를 예로 들었다. 드라마 속에 마작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데 한국인들이 유독 중국 문화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역사왜곡으로 방영이 중단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역시 한국인들의 지나친 반응의 한 예라고 전했다. 한국 드라마 '빈센조' 역시 중국 음식 브랜드 노출 장면 때문에 한국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드라마 등 문화 상품은 포용적이야 한다. 한국인들의 비판은 한국 문화 확산에 걸림돌이 된다고 충고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충고를 할 자격이 없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8월 왕이런이 소속된 위에화 엔터테인먼트를 징계한 바 있다. 한국군(軍) 위문공연을 했다는 게 이유다. 당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에 본사를 둔 위에화 엔터테인먼트가 "한국 자회사가 진행한 공연이 일으킨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성명을 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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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자국의 경제력이 세계 2위에 오르면서 민족과 애국을 강조하고 분위기다. 주머니가 두둑해지자, 중화사상이라는 지나간 과거 역사에 흠뻑 취한 모습이다. 자아도취에 빠진 중국에선 '기생충'이나 '오징어 게임'과 같은 글로벌 콘텐츠가 나올 수 없다.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스타도 요원하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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