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부 "'정영학 녹취파일' 복사 허용하라"… 검찰에 명령
유동규·김만배 측 요청 받아들여
검찰 "녹취록 등사는 허용해도 파일 복사는 안 돼" 의견서 제출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재판부가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을 다른 피고인 측이 복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는 5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피고인 측에 정 회계사의 USB 파일에 대한 복사를 허용하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검찰은 전날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고 파일에 제3자의 진술 등이 포함돼 있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사생활 침해 등 위험이 크다며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정 회계사 외에도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뒤늦게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 등 사건을 병합해 심리 중이다.
앞서 두 차례 진행된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회계사 측만 공소사실을 인정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은 '정영학 녹취록'에 대한 등사와 '녹취파일' 복사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당시 재판부는 앞서 각 피고인 측에서 제출한 의견서를 토대로 "(피고인들이) 녹취록에 대해 열람·등사, 그리고 파일이니까 파일 자체에 대한 복사도 필요한데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허가해 달라고 했는데, 저희가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 원만하게 검찰 측에서 협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법원이 명령으로 핵심증거에 대한 등사나 파일 복사를 강제할 수 있겠지만 법원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공판 진행에 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당시 남 변호사의 변호인은 "현실적으로 재판 준비가 어렵다는 것도 재판장께서 이해하실 것으로 안다"며 "검찰에서 적절한 대응을 해주지 않으면 저희의 방어권이 침해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녹취록에 대한 등사는 다 허용했고,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열람을 허용해 충분한 검토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며 "필요한 경우 법정에서 제생을 하는 등 할 테니 양해를 좀 해달라"고 했다.
검찰은 녹취파일 자체의 복사나 녹취록 전체에 대한 등사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해당 녹취파일에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이나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까지 함께 담겨 있어서 유출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고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검찰은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녹취파일 분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열람을 허용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내고 증거 채부결정을 하려면 사전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녹취록의 열람·등사에 검찰이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이후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서류가 아닌 녹음테이프, 컴퓨터용 디스크 등 특수매체에 대한 복사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제한한 형사소송법 규정 등을 근거로 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원본이 아닌 녹취록은 열람 및 등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과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은 최근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압수수색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선거대책위원회 비서실 부실장이나 김용 총괄부본부장과 통화한 횟수 등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해 우려의 입장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본부장은 전날 언론보도 직후 낸 입장문에서 유 전 본부장과의 통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사실 확인을 위한 통화였다고 해명했다. 또 검찰이 부재 중 전화까지 포함해 통화 횟수를 부풀렸다며 명백한 선거 개입 의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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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계사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중순 검찰에 먼저 출석해 자신이 갖고 있던 녹취파일들을 제출했고, 이 파일들은 민간개발업자들과 성남도시개발공사 혹은 성남시와의 연결고리를 풀 핵심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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