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술 개발, 글로벌 경쟁 발목 잡는 정부
자율주행차, 국내선 고속도로도 진입 불가
사고 발생시 관련 법 10여개 검토해야
복잡한 규제에 테슬라와 '역차별' 낳기도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사진제공 = 포티투닷]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사진제공 = 포티투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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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자율주행차의 핵심은 배달로봇과 마찬가지로 운행 빅데이터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기술 개발에 유리한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려면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기록을 쌓는 게 필수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국토교통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가 일부 지역을 자율주행 규제자유특구로 승인하면 해당 지역에서 규제샌드박스 형태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쏘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세종, 제주 등에서 자율주행차를 운영하며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고속도로 주행 못 해

얼핏 보면 자율주행 빅데이터 구축에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국내 자율주행차 업체는 고속도로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운행은 국토부 승인을 받은 제한된 영역 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경부고속도로를 타려면 고속도로가 지나는 지역마다 도심 단위로 규제자유특구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수십여 곳과 일일이 의견 조율을 거치고 사전 검토를 받아야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고속도로 데이터를 쌓으려면 해외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은 자율주행차 관련 법률 체계 자체가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인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자율주행차 운행기반 조성이나 시험·개발 등에 관한 규정만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이후의 상황은 규율하지 못하는 셈이다. 또한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업체가 검토해야 하는 법만 10개가 넘는다. 자율주행차 관련 규정이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제조물책임법 등 여러 법에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는 까닭이다.

규제가 역차별을 낳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자기인증제도와 형식승인제도가 혼용된 이중규제가 대표적이다. 미국 등이 도입한 자기인증제도는 완성차 업체가 자동차의 안전성을 자율적 시험을 통해 직접 인증하는 제도다. 유럽 등이 도입한 형식승인제도는 판매 전 국가가 인정한 시험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 제도다. 국내 법규는 과거 형식승인제도를 채택했지만 2000년대 들어 자기인증제도로 전환했다.


오세훈 시장, 자율차 유상운송 1호 승객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광장에서 열린 '자율주행 유상운송 선포식'에 참석해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있다. 2021.11.29 [공동취재]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세훈 시장, 자율차 유상운송 1호 승객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 광장에서 열린 '자율주행 유상운송 선포식'에 참석해 자율주행차를 시승하고 있다. 2021.11.29 [공동취재] jin9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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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역차별 문제도

문제는 현행 규제가 자기인증제도로 완전히 전환되지 못하고 형식승인제도와 혼재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중규제로 국내 업체는 자율주행 등 신기술 도입에 난항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면 테슬라 등 미국 완성차 업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북미 자기인증제도만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신기술 도입이 자유롭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규는 미국과 유럽 규제 사이에 끼어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라며 "동일한 기술을 적용한다고 봤을 때 수입차 대비 국내 완성차 업체가 넘어야 하는 제약들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원격제어 허용 범위는 역차별의 또 다른 예시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 파일럿을 통해 60m 내에 주차된 차량을 운전자 앞까지 불러오는 기술 ‘스마트 서먼(Smart Summon)’을 지원한다. 하지만 국내 규제는 원격제어 작동범위를 테슬라의 10분의 1 수준인 6m로 제한했다.


교통신호 등 빈약한 인프라도 걸림돌로 꼽혔다. 자율주행차는 횡단보도, 교차로 등을 지날 때 교통신호기와 연동해 신호가 바뀌는 시점을 예측한 후 진입 여부를 판단한다.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을 하려면 교통신호 시스템과의 원활한 연동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내는 교통신호를 주고받는 프로토콜 등 통신 체계가 표준화돼있지 않아 지역별로 신호 기준, 설비 사양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에 자율주행차 업체가 직접 지역별 통신 체계를 파악해 지역마다 기술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비효율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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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모빌리티활성화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의 국내 법 체계상 법이 만들어지면 허용 영역이 협소하게 제한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면서 "과거에도 선의에서 나온 진흥법이나 활성화법이 결국 ‘규제법’처럼 산업계를 옭아맨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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