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경/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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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지상파(MBC·KBS·SBS) 3사 연말 시상식이 '종무식'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팬데믹 여파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커지며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디피'(D.P.), '지옥' 등 온라인에서 공개된 장편 시리즈·영화가 크게 주목 받으며 열풍을 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들은 콘텐츠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고 입을 모으지만, 방송 3사의 성적은 부진했다. 드라마의 본방송 시청자 수가 줄었다. OTT·케이블 채널에 밀려 좋은 드라마를 확보하지 못한 탓도 크다. 완성도, 재미 등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지난달 2021년 연말 시상식이 연이어 개최됐다. 배우 남궁민, 지현우, 김소연이 MBC, KBS, SBS 연기대상을 각각 받았다. 이어 최우수상 수상자가 두 명 나왔는데, 또다시 최우수상 수상자라며 또 두 명이 무대에 올랐다. 우수상, 신인상 등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는 여러 부문으로 쪼개 시상했다. 2020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에 더 늘어났다. 심지어 제작 편수가 아닌 장르로도 분류해 공동 수상자가 줄줄이 이어졌다.


어떤 부문에서 무슨 성과를 인정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민망한 시상도 이뤄졌다. 긴장감은 실종되고 사이좋게 트로피를 나눠 받았는데도 수상 소감은 장황했다. 이로 인해 시상식은 중간광고를 포함해 무려 4시간 넘게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무색할 만큼 수상자는 많았다.


너도나도 모두가 행복한 수상이었지만, 마이크 앞에 선 배우들은 제작진부터 소속사 매니저, 미용실 직원들 이름까지 줄줄이 읊었다. 온갖 형, 언니, 누나, 동생의 이름도 이어졌다. 다른 작품을 찍은 배우들인데도, 소감은 복사해 붙인 것처럼 비슷했다. 고마운 마음은 이해된다. 이름이 불린 지인들은 행복했겠지만, 세포분열 하듯이 이어지는 소감을 봐야 하는 시청자는 피로했다.


KBS 연기대상에서 '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으로 조연상을 받은 이이경의 소감을 주목하고 싶다. 이이경은 무대에 올라 짧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기야"라는 말에 수화기 너머 "엄마 방송 보고 있어"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이경이 어머니에게 전화를 연결한 것.


이이경은 "너무 오래 걸렸지. 아들 상 받았다. 내일 들고 집으로 들어갈게"라며 눈물을 보였고, 어머니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 주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후 그는 서둘러 통화를 종료했다. 짧고도 강렬한 이 수상소감은 유일하게 화제를 모았다.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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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31일 공영방송 KBS는 연기대상 객석에 배우들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착석시켜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방청석을 없애고 시상자만 조용히 무대에 올라 상을 받고 내려간 SBS와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시상식은 해를 거듭하며 점점 길어지고 있다. 상을 줘야 할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 시상식을 TV로 꼭 중계해야 할까. 방송사로선 수익 면에서 포기할 수 없는 잔치겠지만, 의미 없이 펼쳐지는 '종무식'이라면 시청자가 봐야 할 이유는 없다. 이대로 라면 5시간 넘게 시상식을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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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틱스초이스어워즈·골든글로브를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은 '오징어게임'의 영광과 시상식마저 지루하다는 비판을 받은 지상파 3사의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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