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변희수 전 하사 전역처분 취소하라"… "남성의 성징 기준 판단은 위법"(종합)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성전환수술을 한 고(故) 변희수 전 하사를 신체장애 등 이유로 전역처분한 병무당국의 조치는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전환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미 성 전환 등록까지 마친 변 전 하사의 심신장애 해당 여부를 남성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7일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오영표)는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 청구 사건 선고공판에서 "전역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변 전 하사가 소 제기 후 사망한 상황에서 변 전 하사의 유족에게 이번 소송의 원고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육군 측은 전역 취소 여부는 변 전 하사에게 전적으로 귀속되는 만큼 다른 사람이 원고 자격을 승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족 측은 미지급 보수 등을 청구할 법률상 권리를 상속받은 유족이 소송을 수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군인으로서의 지위는 일신전속권으로써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전역처분이 취소되면 원고의 급여청구권을 회복할 수 있어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이고 ▲성정체성 혼란으로 성전환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동일한 사유로 위법한 처분이 반복될 위험성도 있어서 그 위법성 확인이 필요하고 ▲이 사건 소송을 통해 직접 그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이 원고들의 권리구제에 더 적절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소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이 사건 소송수계에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봐 예외적으로 이 사건 소송수계는 적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다음으로 재판부는 성전환수술 후 변 전 하사의 상태가 군인사법상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와 관련 전환된 성인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남성의 성징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성전환수술을 통한 성별의 전환 또는 정정이 허용되고 있는 점 ▲성전환수술 후 변 전 하사의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변 전 하사는 성전환수술 직후 법원에 등록부정정(성별정정) 신청을 하고 이를 피고에게 보고해, 이 사건 처분 당시 피고로서도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이후 법원이 변 전 하사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등록부정정을 허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변 전 하사가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당연히 성별이 전환된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성전환수술 후 변 전 하사의 상태를 남성의 성징을 기준으로 음경상실, 고환결손 상태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변 전 하사와 같이 남군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경우, 여성으로서 다른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전환된 여성으로서 현역복무에 적합한지 여부나 계속 현역복무를 허용할지 여부 등은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 및 그 적용에 따를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군의 특수성 및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성소수자의 기본적 인권, 국민적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 차원에서 입법적,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경기 북부 모 육군부대 소속이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 신체 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시행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변 전 하사는 "다시 심사해 달라"며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인사법에 규정된 의무심사 기준 및 전역 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변 전 하사는 '트렌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의 도움으로 지난해 8월 11일 계룡대 관할 법원인 대전지법에 전역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하지만 변 전 하사는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지난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유족이 원고 자격을 이어받아 재판에 임해왔다.
이 재판은 성 소수자 인권 문제와 맞물리며 변론 진행 과정 내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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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에는 시민 4000여명이 변 전 하사의 복직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지난달에는 국회의원 22명과 전 대법관 등 사회 원로들이 전역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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