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청년층 소득 감소를 곱씹어봐야 할 까닭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부와 여당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청년층에 확실히 사활을 걸었다. 청년 전세임대주택 공급안을 내놓은데 이어 지난달엔 저소득층 청년을 겨냥해 이들이 저축하면 정부가 해당금액의 최대 3배를 매칭하는 자산형성 방안도 발표했다. 이걸로는 모자랐는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주 월세 가운데 2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하는 프로그램을 내놨고, 오늘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는 이런 청년대책을 별도 항목으로 묶어 23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국회에 제출되는 전체 예산이 604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에 육박하는 예산을 아예 ‘청년용’으로 명시한 것이다.
청년대책 가운데 정부가 최우선순위로 고려하는 것은 일자리다.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5조5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여기에는 청년채용장려금 신설과 함께 청년친화형 기업ESG 신규지원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도 포함됐다. 또 구직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청년전용창업자금을 확대하고 ‘폐업청년 재도전 지원’이라는 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와 여당이 청년 일자리에 주목하는 것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만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당정이 지원하기로 한 이들 계층의 자산형성과 주거문제 역시 소득 없이 해결될 수 없다. 내년 대선 판세까지 좌우하게 된다. 일자리가 민심의 척도인 셈이다.
당정이 청년층에 느끼는 위기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청년층의 쪼그라든 경제력은 숫자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5분위) 가운데 가구주 연령이 20~39세인 가구 소득은 지난 2분기 월평균 852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90만6000원에서 40만원 가까이 감소했다. 사업소득이 126만8000원에서 141만7000원으로 늘었지만 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648만2000원에서 639만3000원으로 줄었다.
이는 가구주 연령이 40세 이상인 중장년·노년가구와 대조를 이룬다. 지난 2분기 40~59세 5분위 소득은 월평균 91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11만1000원 보다 올랐으며 60세 이상 노년층 5분위 소득 역시 928만4000원에서 1010만8000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20~39세 가구주의 가계소득은 줄었지만 지출은 같은 기간 604만7000원에서 615만9000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벌어들이는 돈은 적어졌는데 씀씀이는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각종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지출이 소폭 감소한 것과 달리 세금, 사회보험료 같은 비소비지출이 늘었다. 소득세와 재산세 등을 나타내는 경상조세는 2분기 기준 지난해 41만1000원에서 올핸 44만8000원으로 증가했다. 소득 감소로 소비를 줄이고 싶어도 각종 필수 지출이 늘어 허리띠를 졸라매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도 사정은 같았다. 40~59세 중장년층 소득은 지난해 2분기 90만7000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96만4000원으로 늘어난 반면, 청년층 하위 20% 소득은 98만7000원에서 91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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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별 소득 기준은 전체 소득에 따라 상대적으로 달라지는 만큼, 오르내림의 배경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청년층 가구주의 가계소득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노동시장 경직성이 여전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당이 내년 대선에서 청년층을 사로잡길 원한다면 노동 기득권이라는 만만찮은 과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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