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 사진은 1948년 당시 조병창 병원 건물의 모습. 빨간 점선은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연합뉴스=주한미군 출신 노르브 파예씨 제공]

위쪽 사진은 1948년 당시 조병창 병원 건물의 모습. 빨간 점선은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연합뉴스=주한미군 출신 노르브 파예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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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인천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는 1939년 일제강점기 때 일본육군의 무기 제조공장(조병창)으로 사용됐고 해방 이후에는 주한미군이 주둔해 80년 넘게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다. 2019년 12월 한미 합의에 따라 캠프마켓을 반환받은 인천시는 2028년까지 이 곳을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공원 규모는 올해 반환받을 D구역을 포함해 캠프마켓 전체 44만㎡와 주변지역 16만여㎡를 합쳐 60만여㎡에 달한다.


하지만 캠프마켓 내 토양이 중금속과 유류에 오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의 정화작업이 단계별로 진행 중이라 이 작업이 말끔히 완료돼야 공원조성 공사도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토양오염 정화과정에서 캠프마켓 내 일부 건물의 철거 여부를 놓고 지역사회의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캠프마켓 내 B구역의 경우 오염이 광범위한데다 건물 하부도 오염돼 있어 정화작업을 위해선 철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 대상에 조병창의 병원 건물이 포함되자 역사·건축 전문가를 중심으로 강제 동원의 대표적 시설을 철거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조병창에 강제 동원됐던 노무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병원에는 내과·외과·이비인후과·피부과 등이 있어 꽤 큰 규모로 추정되며, 한국전쟁 당시 일부 파손은 됐으나 현재 기다란 형태의 2개 건물이 남아있다. 이 건물을 보존하자는 쪽에선 일본이 강제동원 등 과거 역사를 부정하는 현실에서 그 역사의 증거로서 조병창 관련 유적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올해 반환을 앞둔 D구역을 포함해 조병창 전체 구역에 대한 충분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부터 한다는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도 이 건물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고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인천시에 보존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는 지역사회 찬반 논란이 팽팽하자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3월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해 철저히 기록을 하되 철거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당시 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환경운동가는 "오염정화를 이행하지 않을 시 법적책임과 광범위한 토양오염, 불안전한 건물 상태 등을 고려했다"며 "병원 건물은 잘 조사하고 기록해 나중에 다시 복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문화재청이 인천시와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캠프마켓 전반에 대한 조사 후 문화유산으로서의 종합적인 가치를 검토하고 보존관리 방안을 협의하자며 병원 건물을 아직 반환이 안된 D구역 조사시까지 철거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인천시로서는 관련기관 협의와 시민위원회 의견 수렴 등 건물 철거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건물 존치와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양분된 목소리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 시민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의 역사적 유물인 조병창 병원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했고, 인천시 시민청원 게시판에도 '조병창을 잘 보존해 우리 역사를 알리고 탐방객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이 실렸다.


반면 지역 주민들 중에는 오랜 시간이 흘러 되찾은 땅에 굳이 일제 잔재를 남겨야겠냐며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해 줄 것을 인천시에 청원을 하기도 했다. 맹독성 물질을 완벽하게 정화하려면 캠프마켓 내 건물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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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설치한 8개 조병창 중 본토와 인천에 각 1개만이 원래의 흔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니 인천조병창의 역사와 건축물에 대한 보존 가치가 결코 적지 않다. 오염 토양 정화작업을 이행하면서 기존 시설물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찾는 수고로움이 더 필요해보인다. 일제 강제 동원의 피해 역사를 증명하는 건물을 일본도 아닌, 우리 스스로 철거하는게 옳으냐는 질문에 누구라도 불편한 심정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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