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 고위간부 인사…'친정부 검사 중용·정권수사 검사 좌천' 기조 유지(종합)
고검장 6명·검사장 10명 신규보임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법무부가 4일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오는 11일자로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요직에 중용되고, 정권 관련 수사를 한 검찰청 지휘부가 한직으로 밀려나는 인사 기조가 되풀이됐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고검장 6명과 검사장 10명을 신규 보임하는 등 대검검사급 검사 41명을 승진·전보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대규모 정기인사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영전… 한동훈·윤대진은 한직으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검찰 주변에선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피고인 신분이 된 이 지검장이 수사를 하는 일선 검찰청의 수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고검장으로 승진시키되 수사와 무관한 법무연수원장에 보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본인의 희망대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이 지검장의 후임에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이 지검장은 인사를 앞두고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검찰 간부들 중 상대적으로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울중앙지검장 후보 중 한명이었던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도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유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본인 뜻대로 유임됐다.
지난해 '채널A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돼 부산고검 차장검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던 한동훈 검사장은 일선 검찰청으로 복귀되지 못하고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됐다. 사법시험 폐지로 올해 초 마지막 연수생이 수료를 마친 사법연수원에는 이후 입소를 미뤄왔던 연수생 한 명이 뒤늦게 입소한 상태다. 하지만 사법연수원 교수 중에는 예전과 달리 검찰 소속 교수가 한 명도 없는 상태로 사실상 부원장 보직만 유지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지난해 한 검사장에 대한 감찰이 진행됐고, 서울중앙지검에선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혐의를 입증하는데 실패한 만큼 징계성 강등 인사를 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박 장관 역시 그를 일선 검찰청으로 복귀시킬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한 검사장과 함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대진 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다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검 차장검사급인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통상 처음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차장검사급이 보임됐던 자리다. 법무부 검찰국장과 수원지검장을 지낸 윤 부원장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시킨 것은 사실상 검찰에서 나가라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추미애에 각 세운 조남관·'월성 원전' 수사 강남일 대전고검장도 좌천
지난해 추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의 갈등 국면에서 추 전 장관에게 자제를 요청하며 각을 세웠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총장 직무대행)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강남일 대전고검장 역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다. 구본선 광주고검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고검장급 중에서는 박성진 부산고검장이 유일하게 대검 차장검사로 영전했다.
법무부는 최근 인사를 앞두고 '고(高)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문제를 거론하며 '탄력적 인사'를 언급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법무부의 입장을 놓고 용퇴하지 않는 고검장이나 검사장들을 고검 차장검사 등으로 강등시키는 인사를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고검장 6명·검사장 10명 신규 보임… 대검검사급 검사 전면 순환인사로 조직 쇄신 도모
대전고검장에는 여환섭 광주지검장이, 대구고검장에는 권순범 부산지검장이, 부산고검장에는 조재연 대구지검장이, 광주고검장에는 조종태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각각 승진 발령났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에는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이, 검찰국장에는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각각 영전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예세민 성남지청장이, 대검 공판송무부장에는 이근수 안양지청장이, 대검 과학수사부장에는 최성필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각각 승진 보임됐다.
서울동부지검장에는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서울북부지검장에는 배용원 전주지검장이, 서울서부지검장에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이 각각 자리를 옮겼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수사한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은 수원지검장으로,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은 대구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박 지검장의 후임에는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가 보임됐다.
홍종희 인천지검 2차장검사는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박재억 청주지검 차장검사는 수원고검 차장검사로, 박종근 고양지청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김양수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문성인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는 전주지검장으로 각 보임됐다.
"박범계 장관, 김오수 총장 의견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고자 노력"… 실제는?
법무부는 이번 인사와 관련 "검찰의 분위기 쇄신과 안정적인 검찰개혁 완수를 도모하고자 검찰 고위 간부로서의 리더쉽, 능력과 자질, 전문성을 기준으로 유능한 인재를 새로이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했다"고 자평했다.
또 "그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신임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특히 검찰 인사에 있어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의 공식화·실질화를 위해 박 장관은 예고한 대로 검찰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인사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규 및 전보 인사 내용에 그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전날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서 오후 4시에 만나 2시간가량 검사장급 인사를 논의했다.
면담에 앞서 "장관님을 모시고 많은 이야기를 강력하게 하겠다"고 말했던 김 총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2시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의견을 드리고 설명도 했지만 저로서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며 박 장관과 구체적 인사안에 대한 이견이 있음을 암시했다.
반면 박 장관은 회의가 종료된 뒤 청사를 나서며 "아주 충분히, 자세하게 (의견을) 들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후 전날 오후 6시30분부터 두 사람은 예정에 없던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논의를 이어갔고, 면담은 오후 9시를 넘겨 총 5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김 총장은 면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총장은 한 검사장의 복귀를 건의했지만 박 장관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전날 회동에서 김 총장과의 이견이 좁혀졌느냐'는 질문을 받고 "의견 청취 절차이지, 이견을 좁히는 절차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정한 검찰청법 제34조(검사의 임명 및 보직 등) 1항에서의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라는 문구를 문언 그대로 인사 전에 총장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지 실제 인사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하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과 정권 관련 수사를 한 검사,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검사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 인사가 반복된 데다가, 박 장관이 앞서 예고한 대로 총장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양새는 갖췄지만 실제 김 총장의 의견을 인사에 비중있게 반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김 총장 임기 중에도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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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박 장관은 이날 법무부 정부과천청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인사 관련 질문을 받고 "개혁과 안정을 잘 조화했다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으로 조직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쇄신을 꾀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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