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총량관리 지침에
저축銀 심사 까다로워질듯
대출 일률적으로 옥죄면
불법 사금융 안전망에 구멍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송승섭 기자]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을 본격적으로 억제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은 자칫 저신용 서민들의 자금애로를 가중시키고 불법 사금융 같은 금융 사각지대로 이들을 내몰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열풍으로 치솟는 가계대출 관리의 당위와는 별개로 저신용자 등의 생계형 대출을 필요 이상으로 옥죄지는 않겠다는 정부·여당의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총량 관리’라는 목표에 매몰돼 너무 기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래서 제기된다.

생계형 보장한다더니…'엇박자 정책'에 금융절벽 내몰린 취약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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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당국 엇박자에 금융불안 가중 = 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개별 업체들에 전달한 '가계대출 관리계획'의 요지는 올해 전체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지난해 수준인 21.1%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햇살론ㆍ사잇돌 등 정책금융상품과 중금리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5.4% 이내로 관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신용대출 등의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심사가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상반기 대출 실적과 사업 계획 등을 바탕으로 하는 관리방안, 분기별 가계대출 잔액 및 상품별 잔액 관리방안 등을 제시해야할 만큼 까다로운 세부 지침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결과적으로 현재 16~24%의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들의 경우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음달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24%→20%)되는 터라 저축은행들은 가뜩이나 바짝 움츠러든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 관리 지침에 최고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하반기 대출영업을 못하는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와 여당이 앞서 밝힌 방침과 거리가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김태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정협의에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축소하면 저신용자의 자금 (융통) 기회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불법 사금융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면서 "서민 이자부담은 줄이되 신용대출 공급은 줄어들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또한 "최고금리 인하의 좋은 점은 극대화하고 나쁜 면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인하 수준과 방식, 시기, 보완 조치 등을 종합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내몰리지 않도록 더욱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출성격 따른 정교한 접근 시급 =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20%를 초과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는 약 239만2000명이고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20% 이하 금리의 대출로 전환 또는 흡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주는 약 207만6000명이다. 31만6000명 가량은 당장 ‘금융절벽’을 마주할 수도 있는 셈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금융취약계층이 8만~1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 이동금액도 1조4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계산했다. 불법 사금융에 손 내민 이들의 69.9%는 법정최고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


약 30%가 1년 기준 원금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고, 연 240% 이상 초고금리도 12.3%로 추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출은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의 기능도 일부 지니고 있는데, 대출을 일률적으로 옥죄면 안전망에 구멍이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의 경우 수치에 얽매이지 않고 다소 유연하게 지침을 적용하는 식으로 저신용자 등의 대출 통로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 건 맞다"면서도 "중금리 대출의 수요가 많은 만큼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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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업권의 중금리 대출 중 75%가량은 저축은행에서 실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정이나 문 대통령의 입장에는 가계대출을 관리할 때 하더라도 대상과 성격을 구분해서 정교하게 접근하라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런 취지에 맞는 세부 방안 마련에 금융당국이 더욱 속도감 있게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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