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 경쟁" vs "국정농단 범죄" 이재용 사면, 갑론을박
경제계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 지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어"
시민단체 "이재용 부회장 사면, 있을 수 없는 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경제계를 중심으로 줄을 잇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물론 정부·여당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다. 특히 이 부회장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미국발(發) 반도체 패권 경쟁 등 경제 관점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보는 것이 아닌 국정을 농단한 중대사범이라는 견해다.
여권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8일 이 부회장 사면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조선비즈 인터뷰를 통해 "(이 부회장) 사면 문제를 경제 영역으로만 판단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갖고 있는 사면권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 사면 가능성에 대해 "특별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쉽지 않다. 그런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보지,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 역시 이 부회장 사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엄정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이재용 사면을) 고려한 바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대한상공회의소, 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한 데 대해 청와대는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써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당·정·청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가운데 시민단체들도 사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28일 공동성명에서 "이 부회장 사면 논의는 사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 사법제도와 경제범죄에 대한 원칙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국정농단 범죄 사면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정치적 사안이 아닐뿐더러 우리 경제와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사익을 위해 삼성그룹과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히고 정권 실세에 불법 로비를 한 중범죄자에게 사면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재계와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 사면을 놓고 서로 의견이 갈리는 셈이다. 경제계에서는 미국발 반도체 패권 경쟁과 코로나19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 부회장 사면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단순 경제사범이 '국정농단 사범'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과거 경제인 사면은 수차례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과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이, 이명박 정부 때에는 2008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특사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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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우리나라 국적의 IOC 위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단독 사면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이 이뤄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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