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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신사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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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신사(神社)의 나라.


일본을 수식하는 표현 중 하나다. 일본에는 최소 8만개가 넘는 신사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렇게 신사가 많을까.

신사는 일본의 토착 종교이자 문화인 ‘신도(神道)’와 관련된 시설이다. 일본인들은 모든 자연물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들을 신으로 섬긴다. 모든 자연물에 신이 있다고 믿으니 그만큼 신도 많다. 신도에서는 무려 800만개의 신을 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많은 신을 모시고 신을 위한 제를 지내는 곳이 신사다.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신사에 대한 불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많은 신사가 일종의 면죄부를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신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얕기에 저어되기는 하지만, 원전 오염수를 태평양에 버리겠다는 사고 자체가 세계에 대한 불경이 아닌가.


21세기에 하늘의 황제라는 의미의 천황제를 고수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신에 대한 생각은 분명 독특한 면이 있다. 어쩌면 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이 이번과 같은 무모한 결정의 바탕이 되는 것은 아닐까.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은 천황제 국가로 신도를 기본이념으로 받아들였다. 신도를 통해 천황을 숭배하는 근간이 마련된 것이다. 신도는 제2차 세계대전 패망 때까지 일본의 국교였으며 천황은 현인신(現人神)으로 숭배됐다. 그래서 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가미카제 특공대처럼 자국민들에게 맹목적이고 무모한 희생을 강요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가미카제도 따지고 보면 신에 대한 맹목적 믿음에서 비롯됐다.


일본 군국주의 상징인 가미카제는 ‘신의 바람’이라는 뜻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군은 1274년 일본 정벌에 나섰다. 여몽 연합군 3만여 병력이 북규수 하카타만에 도착했지만 태풍에 엄청난 타격을 입고 물러났다. 몽고는 1281년 1차 때의 다섯 배에 가까운 14만명의 병력으로 재차 일본을 침공했지만 또 태풍을 만나 피해를 입고 일본군에 패퇴했다. 몽고는 일본이 고대국가 체제를 갖춘 이후 처음으로 외부의 침략을 받은 사건이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일본은 스스로를 신들이 선택한 땅으로 여겼다. 가미카제라는 성스러운 바람이 보호하는 나라로 여기게 됐고 그 땅을 지배하는 덴노는 태양신의 천명을 위임받은 존재로 숭배됐다.


올해 1월 타계한 일본의 역사 소설가 한도 가즈토시는 생전 일본의 군국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저서 ‘쇼와시’에서 일본을 전쟁으로 몰고 간 정·관계 인사들과 군부를 비판하며 "일본인은 위기 상황에서 추상적인 관념론을 매우 좋아해 구체적이고 이성적인 방법론을 전혀 검토하려 하지 않는다"고 썼다.


70%가 넘는 일본 국민이 반대하는 도쿄올림픽 강행도 무모해 보인다. 아무리 철저히 대비를 한다고 해도 코로나19 확산은 막기 힘들어 보이고 더 많은 일본 국민의 희생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관중도 받지 않기로 한 만큼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부흥 올림픽’이라 칭하며 대재난 극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한다. 추상적 관념에 사로잡혀 또다시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은 신이 코로나19로부터 도쿄 올림픽과 일본 국민을 보호해줄 것이라 믿는 것일까.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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