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지도 않는 은행과 보험사가 재원 부담을 지라니요. 결국 우려했던 이익공유제가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금융판 이익공유제’로 평가받는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지원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금융사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7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의 신용보증 재원이 되는 금융회사 출연을 상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서민금융지원법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출연금 부과대상 금융회사의 범위는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전체 금융회사로 확대된다.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사들도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와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잔액의 약 0.03%를 출연금 명목으로 내야 한다. 2019년 말 기준 은행권은 연간 1050억원, 여전업권은 189억원, 보험업권은 168억원 등을 부담하게 된다. 매년 총 2000억원 수준의 출연금을 금융권에서 걷어 들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날수록 출연해야 하는 금액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일방적인 ‘팔 비틀기’라고 토로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고객도 아닌 데 부담을 지우라는 것이 결국은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항변했다.


금융위원회는 펄쩍 뛴다. 금융회사 출연제도 개편은 2018년 12월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방안’을 통해 발표했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권과 출연방식, 규모 등을 여러차례 협의해 왔다는 것이다. ‘자발적 동참’이라고도 했다. 정작 금융권은 강제성이 다분한 어쩔 수 없는 참여라며 속앓이하고 있다.

AD

금융사들이 다른 기업보다 사회적 책임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나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한국형 뉴딜과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 등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에 금융사들은 모두 응했다. 여기에 이자까지 받지 말라는 시장경제의 기본을 벗어난 희생까지 강요당하는 지경이다. 이익공유제가 진정 서민을 위한 고통분담인 지, 표를 의식한 숟가락 얹기인 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