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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 백면서생의 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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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북조시대 문신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미지출처= 중국 베이징 고궁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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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백면서생(白面書生)’은 5세기 중국 남북조시대 남조인 송나라의 심경지라는 장군이 처음 사용한 말로 알려져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방안에서 책만 읽어 피부가 하얀 선비’란 뜻으로 현실의 어려움은 모르고 탁상공론만 일삼는 관료들의 나태를 지적하는 말로 전해져 내려왔다.


실제 심경지가 이 말을 했던 시대상황을 살펴보면, 백면서생은 단순히 탁상공론만 일삼는 관료들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시대는 부정부패와 도덕적 해이가 중국 역사상 가장 극심했던 시기로 백면서생은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에도 아첨만 일삼는 간신들을 가리키는 말에서 출발했다.

당시 송나라 황제인 효무제는 집권 초기에는 개혁이란 기치를 내걸고 국가를 균형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이라며 백성들을 황무지로 강제 이주시키고 귀족과 호족들에게 막대한 세금을 거뒀다. 효무제는 이 재원을 북벌을 위한 군사자금으로 쓸 것이며, 적국인 북위를 멸망시켜 중원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막상 그 재원들은 모두 자신과 측근들의 탐욕을 위해 쓰였다. 당대 역사서인 송서에서 효무제는 매일 신하들과 연회와 함께 도박판을 벌였으며,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추는 간신들에게 막대한 상금을 내리곤 했다고 전해진다. 주요 벼슬들도 모두 가격을 매겨 직접 매관매직에 나서기도 했다. 자신에게 간언하는 충신들은 여러 핑계로 도박을 벌여 지게 만든 후, 재산을 모두 뺏거나 죽이기도 했다.


조정의 기강이 완전히 무너지자 벼슬아치들은 남자들도 모두 화장을 해서 얼굴을 새하얗게 꾸미고, 황제를 칭송하거나 기분좋게 하는 말과 글을 배우느라 바빴다. 이들이 바로 백면서생이었던 셈이다.

이후 효무제는 북위가 몽골과 긴 전쟁에 돌입했다는 소식만 듣고 출병을 하겠다고 선언하자 조정의 백면서생들은 모두 찬성할 뿐이었다. 이에 심경지가 황제에게 "밭갈이는 농부에게 맡기고 바느질은 아낙에게 맡겨야 하는데, 폐하께서는 어찌 북벌을 백면서생들과만 논의하려 하십니까"라고 일갈한다. 효무제는 이 말을 듣지 않고 출병했다가 참패했고, 이후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심경지와 그의 집안을 멸문시켜버렸다.


송나라는 그때부터 누구도 황제의 정책에 대해 말 한마디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되면서 전횡이 이어졌고, 고작 15년 뒤에 멸망하고 말았다. 권력자가 자신의 잘못된 판단에 얼굴을 붉히며 반대하는 신하들은 모두 내치고, 아첨만 하는 백면서생들과 함께하기만 바란다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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