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투자' 대신 '쌓자'…10억 초과 뭉칫돈 정기예금 역대 최고수준
총 정기예금의 61.11%가 10억원 초과 거액예금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0억원이 넘는 뭉칫돈이 쌓인 정기예금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대신 돈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는 뜻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741조8810억원으로 이 중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계좌 잔액은 453조3810억원을 기록했다. 총 정기예금의 61.11%가 10억원 초과 거액예금에 해당한다. 이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60% 보다 높아진 것은 물론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5년 6월 말 292조3850억원이었던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규모는 5년 새 160조9960억원이나 늘었다. 전체 정기예금에서 거액예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년 새 10%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계좌 수 비중은 올해 6월 말 0.17%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5년 전보다 0.13%포인트나 낮아졌다. 전체적으로 고액 계좌수 비중이 줄었지만 각 개별계좌에 쌓인 돈은 늘어났다는 얘기다. 10억원 초과 예금주는 개인보다 대부분 법인으로 기업들이 쌓인 현금을 투자 등에 활용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기업들 설비투자 집행액 감소
현금 쌓아놓다 보니 은행 대출도 주춤
실제 산업은행의 '2020년 하반기 설비투자 계획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잠정 집행액은 지난해보다 1.1%(1조8000억원) 줄어든 16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디스플레이 -13.1%, 석유화학 -9.6%, 자동차 -9.2% 순으로 설비투자가 줄었다.
석유화학 A기업은 올해 인도네시아에 3조원 규모의 납사크래커(NCC) 및 다운스트림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동이 제한적인 데다, 경기예측이 불가능한 탓에 신규 투자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A기업 관계자는 "올해 착공예정이었는데 한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기업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금만 쌓아놓다 보니 은행에 돈을 빌리는 일도 줄어들었다. 코로나19에 자금사정이 급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이 급증했지만 대기업 대출은 크게 감소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11월 말 기준 69조8922억원으로 지난 2월 이후 9개월만에 70조원이 깨졌다.
대기업 대출잔액 연중 최고점이었던 4월 75조6000억원 대비 6조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여부가 산업 경제 성과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 가운데 내년에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될 경우 기업들의 현금쌓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내년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 등 주요 7개 업종의 시설투자가 올해보다 3.1%, 지난해 보다 1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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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경영 연구소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 제한 속 보수적 자금운용은 지속될 것"이라며 "이후에는 기업 투자집행, 예비적 자금수요 감소로 은행권의 기업 대상 단기 금융상품 중심의 자금유입도 둔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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