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급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을 중심으로 원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화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환차손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투자가 지체되면서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중소기업 영향 조사'에서 기업들은 손익분기점 환율을 달러당 1118원 수준으로 답했다. 현재 환율은 이미 수출기업들의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원화가 강세인 것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화 강세는 원화의 구매력을 높이고 수입물가를 낮춰 국내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 또한 원자재나 부품의 해외수입 비중이 큰 수출기업들과 해외직접투자를 하는 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원화가 강세라는 것은 대외지불능력을 포함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제는 변동성이다. 미국 대선 이후 원화 가치는 수출 경쟁국들에 비해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 조 바이든 취임 이후 미ㆍ중 무역 마찰 완화, 글로벌 불확실성 감소, 백신 보급에 따른 세계경제 회복, 9000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제로금리 유지 등이 기대되기 때문에 달러화는 내년에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달러화 약세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화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통화강세를 보이는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 위안화와의 높은 동조화 등을 들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4.2%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양호한 1.1%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달러나 금 같은 안전자산보다는 위험자산과 신흥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과 외환보유액, 성장률 둔화 정도가 양호한 한국으로의 투자가 크게 늘었다. 11월에만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그러나 OECD는 내년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4.2%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국은 성장률이 2.8%에 그쳐 일본, 브라질과 함께 가장 더딘 회복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이 올해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했지만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낮은 경쟁력으로 인해 서비스산업 부진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ㆍ고령화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와 기업규제 강화는 소비와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회복탄력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빨리 이뤄지지 못하고 경제활동이 또다시 멈추게 될 경우 환율이 지금과는 반대 방향으로 급격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약(弱)달러 시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 상용화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돼 미 연준이 통화정책을 조기에 정상화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어느 방향이건 환율이 단기간에 급격히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통해 변동성을 줄일 필요성이 크다. 최근처럼 단기간에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경우 어느 정도는 미세조정이 용인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정교하면서도 적극적인 행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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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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