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특수관 망치는 유명무실 스크린쿼터
지난 1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 충격: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올해 영화관 매출 추산액은 5103억원이다. 지난해 1조9140억원보다 73.3% 적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개봉하는 영화마저 줄어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실제로 멀티플렉스는 올해 여덟 곳을 폐관하고 열 곳을 운영하지 않는다. 비계열 영화관도 두 곳이 사라지고 열여섯 곳이 문을 닫았다. 고용불안 또한 심각하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1월 인력 수는 1만5409명. 지난 10월의 경우 6000명대다. 휴직자 수도 4월에만 1455명를 기록했다.
올해 영화관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중대형급 영화를 장기 상영하는 것밖에 없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도 밀려 이중고를 겪었다. 불안한 기류는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 다음은 보고서의 분석 내용이다. "가입자주문형비디오(SVOD) 시장이 꾸준히 성장한다. 2024년에는 박스오피스 수익의 두 배를 기록할 것이다. 유통 플랫폼의 변화는 물론 산업 내 이해관계 조정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영화관에도 반격할 힘은 있다. TV나 OTT에서는 불가능한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음향이 그것.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CGV가 지난 7일부터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에서 하는 대작 기획전이 이를 입증한다. '다크 나이트(2008)'의 좌석판매율이 무려 43.3%(거리 두기 좌석 포함ㆍ14일 기준)다. '인터스텔라(2014)'와 '덩케르크(2017)'도 각각 39.0%와 35.6%로 선전한다. 이달 영화관 전체 좌석판매율이 2% 남짓인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다.
IMAX관 같은 특수관은 이름대로 특수한 기능이 발휘돼야 흥행할 수 있다. 세 작품은 IMAX 카메라로 촬영됐다. 지난달 스크린을 최신형으로 교체한 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에 최적화됐다.
비슷한 성공 사례는 다른 특수관에서도 발견된다. CGV는 2018년 10월 24일~11월 13일 전국 4DX(4차원 경험)관에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를 상영해 관객 25만6954명을 모았다. 좌석판매율은 53.9%나 됐다. 또 다른 특수관인 스크린X(3면 상영)관은 '보헤미안 랩소디(2018)'로 재미를 봤다. 2018년 10월 29일~2019 4월 21일 좌석판매율 33.8%로 관객 92만6510명을 동원했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4DX관의 모션체어 덕에 영화 속 마법을 실감나게 전할 수 있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스크린X관의 다면 스크린과 결합해 콘서트장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한국영화는 소수에 불과하다.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이나 특수효과 분량이 많지 않은 까닭. IMAX로 변환되는 영화도 손에 꼽힌다. 하지만 특수관에서는 일정 기간 한국영화가 상영돼야 한다. 스크린쿼터제 때문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19조에는 '영화상영관의 경영자는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간 상영 일수의 5분의 1 이상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특수관은 일반 상영관보다도 못하다. 예컨대 4DX관의 모션체어는 푹신하지 않다. 등받이가 수직에 가깝고 뒤로 젖혀지지도 않아 일반영화를 관람하기에 불편하다. 좌석도 네 개가 연결돼 있어 한 관객이 움직이면 나머지 세 관객이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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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제는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다. 한국영화는 2011년부터 해마다 관객점유율 5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숨죽인 올해는 68.6%(7일 기준)까지 기록했다. 박스오피스 상위 10위권에 여덟 편이 이름을 올렸다. 현 스크린쿼터제가 시행된 2006년과 올해 극장 환경에는 큰 차이도 존재한다. 14년 전 전국에 극장은 321곳(스크린 1880개) 있었다. 지금은 513곳(스크린 3079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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