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당신의 업장경을 읽어드립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업장이란 전생에 지은 허물로 이승에서 받는 장애를 말한다. 금강경 제16분 능정업장분에서도 붓다는 모든 업장을 독송으로 맑게 풀어야 깨달음을 바로 얻게 된다고 설하고 있다. 업장이 두터운 사람은 정도 수행을 위해서 먼저 업장부터 풀어야 한다. 가난하게 살거나 나쁜 일을 겪거나 또는 불치의 병에 걸리는 것도 업에 의한 장애로 설명하기도 한다.
유전병에서부터 만성병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질환은 업장처럼 태어날 때부터 인간을 괴롭힌다. 인간 질환은 많든 적든 DNA 변이와 관련이 있다. 조상이 진화의 어느 시기에 갖게 된 DNA 변이는 마치 업장에 의한 마장(魔障)이 나타나듯 질병취약요인으로 후손들에게 작용하게 된다.
인류진화는 10만년 전 동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 시작됐다. 그후 인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의 전지역으로 확산되며 대이동의 역사를 쓰게 된다. 부족의 이동과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인간은 개인마다 설계도에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질병과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자신들만이 겪은 사건을 자기 DNA 속에 기록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DNA 변이를 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특정질환에 취약한 소위 업장을 만든 것이다.
인류 대이동시 생존자들은 소금과 음식부족을 버텨내면서 생존에 성공한다. 진화는 소금을 아껴서 재이용하거나 적은 에너지로 생존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택한다. 그러나 몇만년이 지난 오늘날 인류사회의 물질적 풍요는 소금과 에너지의 과잉상태를 가져오고 소금을 아끼는 인간이나 에너지를 절약해 쓰는 인간형은 쓰러지고 있다. 역진화의 덫에 걸린 것이다. 정반대의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인류는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병의 대유행을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20세기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화학물질의 범람을 불러왔고 화학적인 환경오염은 암의 대유행을 불러왔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급격한 환경변화에 부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고 게놈 DNA는 다시 변화로 요동치고 있다.
적응을 위해 우연히 시작된 DNA 변이는 필연으로 바뀐다. 필연은 마치 업장처럼 후손에게 전해진다. 만일 게놈 DNA 변이를 하나의 업장이라고 본다면 게놈 분석은 개인의 업장경을 읽는 일이 될 것이다. 21세기 마법은 DNA 서열분석기술이다. 업장경 해독은 미래 바이오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고 빅데이터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들은 개별 DNA 변이의 의미를 알아내 질병예측에 쓰려고 한다. 10여년전 질병을 처음 예측할 때는 실패율이 높아서 실망했으나 2018년 인류를 바꿀 10대 기술로 선정된 이후부터는 DNA 점성술로 불릴 정도로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게놈정보 기반 개인별 정밀의학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정보 기반의 4차산업혁명의 큰 흐름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200달러대 아래의 게놈정보분석이 가능해지는 3~5년 안에 의료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는 정보의학이 대세가 될 것이다. 지금 업장경 독해로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10여개의 DNA 변이로 찾는 고위험군 전립선암 예측과 치매고위험군(60세 이상에서 30배 이상 발병율 차이를 보임) 예측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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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경 해독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알고 질병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는 과학의 힘으로 두터운 업장을 녹여 수행정진에 대비하는 수도자의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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