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짙은 후유증…끝모를 글로벌 항공업 침체
IATA "올 하반기에만 현금 770억달러 소진…플러스 전환 2022년에야"
국내서도 군소항공사부터 위기 현실화 전망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는 18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권재희 기자] 글로벌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크고 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감원 등 구조조정은 전 세계 항공사에 일상화됐고, 파산ㆍ국유화 등도 도처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민간항공시대 개막 이후 초유의 사태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끝모르게 이어지면서 국내 항공업계 역시 한계 상황에 노출되고 있다. 업계에선 군소 항공사들부터 차례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단 긴장감이 팽배하다,
◆전 세계 항공업 시계제로 = 6일(현지시각)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3ㆍ4분기) 글로벌 항공사들은 총 770억달러(약 89조원)에 이르는 현금을 소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데 따른 결과다.
코로나19 위기가 본격화 된 지난 2분기 글로벌 항공사들은 자발적 구조조정 등 대규모 비용절감에 나섰지만 510억달러(약 59조원)의 현금을 소진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 들기는 커녕 더욱 확산되면서 손실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 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엔 '구조조정', '파산'등이 일상화 됐다. 세계 1ㆍ2위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달 말 끝나는 미국 연방정부 지원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각기 1만9000여명, 1만20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키로 했다. 태국과 멕시코의 플래그십 캐리어인 타이항공과 아에로멕시코는 아예 파산을 신청했다. 현재까지 각 국 정부가 1600억달러(약 186조원) 상당의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이 정도론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게 IATA 측 설명이다.
파급효과는 항공운송업을 넘어 항공제조업 등 유관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Boeing)사는 이날 발간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전 세계 항공사에 인도할 상업용 항공기 규모가 1만8350대, 매출액 기준 2조9000억달러(약 3376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전망치 보다도 11% 줄어든 수치로, 각 국에 분산된 항공기 제조업체들도 장ㆍ단기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황 회복시점도 미궁속 = 문제는 업황 회복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단 점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고꾸라진 수요가 회복되기까진 최소 2~3년, 길게는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 IATA 역시 앞서 오는 2024년께가 돼서야 지난해 수준의 항공수요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백신도, 치료제도 뚜렷하지 않고,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더라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종식 될 지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팬데믹이 종식되면 보복소비 등의 영향으로 업황은 급격히 회복되겠지만, 시점에 대한 각종 관측이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는지는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위기가 민간 항공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태라는 점이 바로 회복시점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지난 1978년 미국 카터행정부가 '항공산업 규제완화법(Airline Deregulation Act)'을 통해 민간항공시대를 연 이후 40년간 항공노선이 중ㆍ장기적으로 셧다운 되는 사태는 사실상 처음이다.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사태, 9ㆍ11테러 등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 국지적, 중ㆍ단기적인 영향에 그쳤다.
◆국내 항공업계도 점차 한계로 = 국내 항공업계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장기화 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장 재무구조가 취약한 후발주자부터 위기가 찾아오는 분위기다. 당장 파산 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 외에도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은 지난달 직원임금을 체불한 데 이어 매각설(說)에 휩싸인 상태다.
이밖에 취항을 준비 중인 에어프레미아는 이달 운항증명(AOC)을 위한 필수인력 등을 제외하고 전 직원의 무급휴직을 결정했고, 에어로케이는 자본금을 대부분 소진 해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생항공사들은 올들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인가 당시 내세운 자본확충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선발주자들 역시 안심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 국적항공사의 합산 영업손실액이 2600여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사업 등 탈출구가 없는 LCC의 경우 상장사(4개사) 모두가 유상증자를 단행했거나 추진 중인 상태다.
특히 이달 중순께부터 각 항공사에 지급됐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순차 중단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무급휴직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안타깝지만 소규모 항공사들부터 차례로 위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도 더욱 정교해 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계속해서 유동성을 공급해 줄 수는 없는 만큼 업계 내부에서의 합병(merge), 구조조정 등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나이·근속 합쳐 70 넘으면 퇴사하세요"…사상 첫...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예컨대 기간산업안정지원기금(기안기금)의 경우 총차입금 5000억원, 직원 수 300명 이상 등의 조건에 해당하는 기업에 7%가 넘는 고이율을 붙이고 있는데 효과적이지 않은 측면이 크다"면서 "각 사간 자율적 구조개편 및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자금지원의 내용과 범위 등을 다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