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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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교수님 XXX 수업 강의 밀린 것 저뿐인가요?'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 커뮤니티에 실제 올라온 글 제목이다. 한 학생이 보여준 이 글에는 '교수님 수업은 미뤄뒀다가 한꺼번에 들어요.' '네, 저도 다 밀려 있어요. 기말고사 전엔 들으려고요.' 등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읽고 나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추석 연휴 내내 고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 강의가 전면 비대면으로 시행되면서 교수에게는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동영상으로 강의를 녹화한 후 업로드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실시간 강의 플랫폼을 통해 강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혹은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동영상 강의와 실시간 강의를 병행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교수와 학생마다 선호하는 방식이 다르고 과목마다 해당 내용을 학습하기에 더 좋은 방식이 있기에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초유의 사태이기에 대학별로도 차시당 시간, 수업 방식 등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등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마다 그리고 교수마다 고민하는 부분은 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출석'일 것이다. 동영상으로 강의하는 방식은을 채택하는 경우는 물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도 출석은 이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는 카메라를 꺼놓고 수업을 녹화한 뒤 나중에 몰아 듣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동료 교수들과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동영상을 일정 기간만 볼 수 있게 하자는 의견, 실시간 수업 시 카메라 켜는 것을 강제하자는 의견, 수업 시간마다 강의를 듣고 과제물을 제출하게끔 하자는 의견 ,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다들 출석을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우리 모두는 그 전제를 알아챘다. 출석이 과연 필요한가? 물론 성실성을 측정하는 척도로 출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대학은 성실한 사람만을 길러내는 곳인가? 여기까지 논의가 다다르자른 우리는 대학의 본질적 목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 불리는 만큼 결국 지식을 배양하는 곳이고, 지식을 배우는 사람은 성실하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경향이 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한 아이가 늘 공부를 잘하던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대학에서 성실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던가? 그렇다고 그들이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앞서 언급한 대로 비대면 시대를 맞아 대학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각 학교의 교수들도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학생이 어떠한 방식으로 수업을 듣고 싶은지에 대해선 놓치고 있다. 교수마다 수업 스타일이 다르듯 학생도 수업을 듣는 방식, 배경지식, 환경이 각각 다를 수 있다.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대학 교육은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회 환경이 변했다. 인터넷으로 세상이 연결되고 이동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나 사고 방식도 함께 변화해왔다. 하지만 대학은 어떤가? 과연 사회 현상이 변화한 것의 십 분의 일이라도 변화해왔는가? 기존의 강의 방식, 수업 교재, 강의 내용만을 고집하지는 않던가.


올해 치러질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지원자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수능 결시율을 생각해볼 때 전체 대입 정원 대비 지원자 수가 적어 평균 대입 경쟁률이 1:1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올해의 문제만이 아니다. 내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대학은 코로나19 외에도 이미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거나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 대면 수업이 가능해진다고 해서 대학의 현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이번 전환점을 맞이해 분골쇄신해야 한다. 이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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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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