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치닫는 英-EU…'법적 조치' 경고에 "철회 안해" 강수
영국-EU, 내부시장법안 관련 긴급회동…英 국조실장 "철회할수도 하지도 않을 것"
8차 미래관계 협상 성과 없이 종료…노딜 가능성 갈수록 커져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연합(EU)이 기존 EU 탈퇴협정의 일부를 무효화하는 '내부시장법안'을 공개한 영국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영국은 "철회는 없다"고 응수해 '치킨게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양측은 10일(현지시간) 8차 관계 재정립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는 이달 말까지 내부시장법안을 폐기할 것을 영국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금융ㆍ무역 제재 등을 포함한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EU는 전환기간이 끝나기 전에라도 유럽사법재판소(ECJ)를 통한 법적 조치를 취해 무역 제재를 부과하거나 중재 절차를 발동해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런던에서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과의 긴급 회동에 앞서 "영국이 EU 탈퇴협정의 내용과 정신, 일정 등을 존중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EU는 영국의 해당 법안이 "탈퇴협정을 지극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달 말까지 폐기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EU는 이날 회원국들에 이 법안이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을 위반한 것이며, 영국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법률 분석 결과를 공유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영국 정부의 내부시장법 초안에는 연말까지 설정된 브렉시트 전환 기간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영국 국내 교역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문제가 된 부분은 영국 영토임에도 EU 단일시장에 남아 있는 북아일랜드 관련 내용이다. 이 법안에는 EU의 규제가 적용돼야 할 북아일랜드에서 영국의 나머지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품에 통관 확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국가 보조금과 관련해서도 EU 측에 미리 고지하는 등 탈퇴협정에 기재된 의무를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고브 영국 국조실장은 EU의 요구에 "세프코비치 부위원장에게 우리는 법안을 철회할 수도, 철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곧바로 하원에 출석해 "지난 40년 동안 영국 내에서 상품의 이동에 관한 많은 규칙이 EU 단일시장의 규정에 근거해왔다"며 "우리가 EU를 떠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강력한 법적 체계가 필요해 이를 확보하기 위한 내부시장법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간 가디언은 "EU의 최후통첩에 영국 정부가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브렉시트 협상이 붕괴할 위기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셸 바르니에 유럽연합(EU) 브렉시트 협상대표가 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반대 시위대가 들고 있는 플래카드를 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런던에서 열린 영국과 EU의 전환 기간 8차 협상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양측의 미래 관계를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에 상호 간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핵심 사안에 대해 견해차가 상당히 컸다고 밝혔다. 국가보조금과 EU 어선의 영국 해역 접근권 등에 대한 의견차가 여전히 크다고 바르니에 대표는 밝혔다. 다음 주에 EU 본사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또다시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합의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내부시장법안은 영국 내부에도 큰 혼란을 가져왔다. 영국 의회는 오는 15~16일 내부시장법안 심의를 진행한다. 당장 보수당 지도부가 '국제법 위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만큼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일랜드도 반대하고 있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전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내부시장법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외신에 영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를 포함한 일련의 과정이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의지에도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