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일본 기업 자산 강제환수할 경우 한일관계 더 악화
일본 정부 추가 보복 시사…韓, 시나리오별 대응 준비
"양국 간 기술적 해법 논의 가능성 있지만 충돌은 불가피"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23일 인천 부평공원에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23일 인천 부평공원에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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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일제 강점 당시 한국인을 강제 징용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약 4억원 규모)에 대한 한국 법원의 압류명령 효력이 4일 0시부터 발생했다.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한국과 일본 정부가 재차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억원'에 갇혀버린 한일관계의 실타래가 풀리기 위해서는 외교적 해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긴밀히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향을 검토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화의 여지는 열어놨지만 앞으로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정면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대화를 통한 해법이 절실한 가운데 외교부는 "정부는 관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 방향을 검토해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일본 정부가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상대로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손해배상 채권액에 해당하는 PNR 주식 8만1075주(약 4억원) 압류 명령을 받은 일본제철은 11일 이전에 즉시 항고하겠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의 외교 협상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 관계자도 "실제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선"이라면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일 관계가 재차 격랑 속으로 빠져듦에 따라 정부 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1일 추가 경제보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까지 내놨다. 그는 요미우리TV에서 "(일본의 대응) 방향성은 확실하게 나와 있다"면서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내놓을 보복 조치로는 ▲한국 제품 관세 인상 ▲비자 발급 강화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비자 제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효성이 거의 없고 관세 인상은 일본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일본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당장 대화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 금액이 4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이를 보상할 경우 사실상 일본의 사과는 물건너가는 상황이다. 피해자 측도 실제 보상보다는 일본의 사과에 더 무게를 두는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의 '1+1+α(알파)' 법안이 윤상현 무소속 의원에 의해 재발의됐지만 외교적 해법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른바 '문희상안'은 시민단체의 반대 여론에 밀려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따라서 더욱 실천이 가능한 다양한 방안을 정치권에서 찾아내 외교적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산 매각이 실제 단행될 경우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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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실제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일본이 당장 보복 조치를 하기에는 애매하다"면서도 "자산이 실제 매각됐을 때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앞서 일본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한국이 일본을 공격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지난해에는 일본의 공격에 한국 국민들이 하나가 돼 싸웠다면 이번에는 일본 국민들이 그런 마음이 될 수 있는 만큼 1년 전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한일 관계는 산적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기 위한 기술적 해법을 양국 정부가 논의할 가능성은 있지만 충돌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4억원'에 갇힌 한일관계 원본보기 아이콘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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