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로 행정수도 이전 가능” vs “관습헌법 위반”… 법조계 의견분분
헌법학계 “2004년 헌재 결정 문제 있어, 법률로 가능” 의견이 우세
지난해 12월 27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발표'에 대한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조성필 기자] 여권이 추진 중인 '행정수도 이전'의 성사 가능성에 대해선 법조계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미 2004년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헌법"이라며 "헌법 개정을 통해서만 변경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린 만큼 법률 재ㆍ개정을 통한 수도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지만, 헌재 결정 자체가 변경이 가능한데다 당시와는 여러 상황이 바뀐 만큼 여당이 추징하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얼마든지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반론도 유력하다.
특히 헌법학계에서는 성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관습헌법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아가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한 과거 헌재의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학자들이 오히려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위헌결정…16년 지나 상황 달라져=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야당에 국회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행정중심복합도시법' 개정을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했던 2004년 헌재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건 관습헌법이고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같은 효력을 같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 아닌 법률로 그 내용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행정수도법은 헌법 제130조가 정한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법조계에서는 ▲과연 실제 그 같은 관습헌법이 존재하는지 ▲불문헌법에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을 인정하는 게 타당한지 ▲서울이 수도라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 합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무리한 이론 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당시 전효숙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불문헌법에 성문헌법과 똑같은 효력을 인정하기는 어려우며 새로운 법률제정을 통해 수도 이전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성문헌법 국가에서 불문헌법에 동일한 효력을 인정한 것과 관련 2004년 헌재 결정이 법리적으로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소수의견을 낸 전효숙 재판관은 ‘서울이 수도라는 관행은 있지만 그것이 헌법적인 국민적 확신을 얻을 정도의 컨센서스(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는 건 아니다’, ‘설사 헌법적 규범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서 그러한 관습을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관습헌법은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는 것이라 국민적 컨센서스가 계속 남아있어야 효력이 유지될 수 있는데 국회가 개정을 논의한다는 건 이미 국민적 컨센서스가 없어진 거로 봐야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선택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첫 번째 법률이 위헌 결정이 났고, 그 법률에서 헌재가 위헌 결정한 부분을 배제하고 다시 만든 두 번째 법률은 합헌 결정이 났었다”며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과 같은 내용의 법률을 반복해서 입법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그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너무 짧은 시간에 유사한 내용의 법률이 제정되고 같은 헌법재판관들이 판단한다면 특별한 사정변경이 없기 때문에 각하돼버릴 수 있겠지만 지금은 14~15년이 지났기 때문에 사정이 좀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문제는 과거 헌재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위헌 결정을 내렸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헌법 국가에서 관습헌법은 아주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인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역시 “우리나라는 성문헌법국가이기 때문에 관습헌법이 인정될 수 없다”며 “당시에도 많은 헌법학자들은 관습헌법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헌재가 무리하게 판단했다. 사실 과거 헌재가 잘못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회나 청와대가 옮겨가면 수도 이전이라고 한 것 역시 난센스”라며 “그건 헌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의 역사를 보면 과거 영국 등 몇몇 국가가 헌법을 제정하지 않았을 때 관습헌법 얘기 나왔던 것이지 1800년대부터는 무조건 성문헌법이지 관습헌법은 없었다”며 “왜냐하면 헌법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 관습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장준성 법무법인 하우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성문헌법 국가지만 성문에 명문으로 규정돼 있지 않는 관습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률로 수도를 바꾸려할 경우 과거와 똑같은 위헌 논란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이 10여년 만에 변경될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달라진 헌법재판관 구성=한편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구성을 감안해도 여권이 추진 중인 입법에 의한 수도 이전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여권이 단독으로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경우 야당이 헌법소원을 통해 헌재에 위헌성 판단을 구할 텐데 현재 헌재재판관 중 다수가 대통령이 임명한, 혹은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장이나 여당이 지명한 재판관들인 데다 여러 상황도 변화가 생긴 만큼 헌재가 쉽사리 위헌 결정을 내리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