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된 제주+이스타…늪에 빠진 항공업 재편
표류하는 아시아나 인수전도 영향 받을까
전문가들 "정부, 구조개편 측면 지원해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적항공사 간 첫 기업결합 시도였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ㆍ합병(M&A)이 파국으로 끝나면서 항공업 재편이 늪에 빠지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 항공사의 운신 폭이 좁아지면서 업계 재편은 커녕 '제2의 이스타항공'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크다.
◆늪에 빠진 항공업 재편 = 항공업계의 '스몰 딜'로 꼽히던 이스타항공 인수전 무산으로 당장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 M&A다. '빅 딜'로 관심받았던 아시아나항공 M&A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채권단의 잇딴 거래 종결 요구에도 묵묵부답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HDC현산과 금호산업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처럼 인수전 무산을 염두에 둔 명분쌓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마저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하에서 중장기적으로 분리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산하 에어부산ㆍ에어서울도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HDC현산과 금호산업이 취해 온 과정엔 닮은 구석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HDC현산이 보다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항공업계가 각자 도생에 나서면서 시장 내부의 자율적 구조재편 가능성은 점차 멀어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동성이 말라 붙은 상황에서 어느 주체도 업계 구조개편을 추진할 유인, 여력을 찾기 어려운 까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동성도 풍부한 제주항공이 M&A에서 손을 놓은 상황인데 나머지 항공사들로서는 언감생심일 것"이라고 전했다.
◆제2의 이스타항공 나오나 = 항공업 재편이 늪에 빠지면서 업계 안팎에선 "제2의 이스타항공 사례가 본격화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팽배하다. 이스타항공이 청산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시장엔 여전히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제주항공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ㆍ에어부산ㆍ에어서울ㆍ플라이강원 등 8개 항공사가 남아있다. 여기에 취항을 준비 중인 에어로케이ㆍ에어프레미아를 더하면 10개 항공사가 치킨게임을 벌이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글로벌 항공수요가 오는 2023년에도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와 같은 불황기가 적어도 1~2년은 지속될 수 있단 것이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스타항공이 청산되면 공급과잉 부담이 완화되며 운임 경쟁도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운항 차질이 매우 더디게 회복되고 있어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은 남아있다"고 짚었다.
그 사이 항공사들의 유동성은 빠르게 말라붙고 있다. 당장 상장 LCC 4개사의 지난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는 3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 된 2분기엔 일부 기업이 자본잠식에 빠졌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각 사가 유상증자 및 자금차입을 서두르는 이유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제2의 이스타항공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까진 각 사가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으로 어떻게 든 시간을 벌 수는 있겠으나, 연말이나 내년부턴 인적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는 항공사도 하나둘 씩 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 구조개편을 측면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각종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자율적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단 의미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및 재편에 나선 기업에게 운수권ㆍ슬롯(SLOT) 배분 우선권을 주는 한편, 기업안정지원기금 일부를 정책자금으로 활용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다각도로 검토 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인적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객실ㆍ운항승무원 등 특수직군 근로자에 대해선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도 고민해 볼 법 하다"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