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한다" vs "다음날 물량 폭탄" 8월14일 '택배 없는 날' 휴무 논란
8월14일 '택배 없는 날' 지정…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4개 택배사 수용
"택배기사 과로사 근절 위해 휴식 보장해야"
"쉬는 날 몰릴 물량은 누가 처리하나" 우려의 목소리도
전국택배연대노조 "'택배 없는 날' 환영,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할 것"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내달 14일 '택배 없는 날'을 맞아 택배 기사들의 휴무가 보장된 가운데 일부 택배 기사들은 하루 쉬면 배송 물량이 하루만큼 더 늘어나 휴무 의미가 없어진다고 토로하고 있다. 휴무가 끝난 뒤 사실상 두 배로 일해야 하는 현실에 택배 기사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아예 휴무에 해당하지 않는 택배 기사들도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7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4개 택배사는 다음 달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다.
앞서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택배 기사들이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다며 휴식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택배 업체들이 가입한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다음 달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했고 CJ대한통운을 포함한 4개사가 택배기사들의 휴식을 보장하기로 했다. '택배 없는 날' 다음 날인 15일은 광복절이다. 16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택배 기사들은 최장 사흘 연속 휴식이 가능해졌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8월 14일을 택배없는 날로 지정하라!'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인증샷 찍기 대국민운동 동참 및 택배노동자에게 휴가티켓 전달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노조는 1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택배 없는 날' 실현에 감사함을 밝혔다. 노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뜨거운 여름으로 접어들며 노동강도가 매우 높아졌다. 올해만 벌써 4명의 택배 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택배 노동자에겐 단 하루라도 휴식이 절실하다" 며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에 택배사들이 공식적으로 휴가를 지정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페이스북 등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택배 기사의 발걸음이 가벼울수록 집 앞에 놓일 택배에도 행복한 마음이 담길 것이다. 코로나 극복도 빨라질 것"이라며 "택배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택배 없는 날'을 알리며 기사들의 휴일을 환영하는 반응을 보였다.
맘카페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전국택배 근로자들이 드디어 쉴 수 있게 됐다. 물건 구매할 때 미리 생각하고 그날 꼭 받아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가급적 피해서 주문을 해도 되겠다"며 "온라인 구매할 때도 해당 기간엔 배송이 안 된다고 표기를 해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택배기사들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며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게 돼서 좋다"면서 "휴무 날짜를 잘 기억해서 택배 없는 날에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택배 없는 날'을 바라보는 기사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일부 기사들의 경우 자신의 휴무일 수 동안 배송량이 밀려 출근과 동시에 두 배 세배 몇 배에 해당하는 고된 업무에 내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택배 기사들의 휴무일 지정을 놓고 사실상 쉬어도 쉬는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신을 택배 기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 A씨는 "사람들이 택배를 안 시키는 것도 아니고 물량은 같은데 쉬는 날을 만드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물량 폭탄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명 쉬는 날 전후로 물량을 늘려 배송까지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도 14시간가량 일하는데 이런 식으로 쉬는 건 쉬는 게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누리꾼 B씨는 "월급제라면 휴식이 마냥 반가울 수 있지만, 일하는 만큼 버는 직종인데 쉬는 걸 무조건 환영할 수 있겠냐"며 "국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택배 물량이 급증한 것을 고려해 '택배 없는 날'을 지지하고 응원한 만큼 유급 휴직제를 보장하는 더 좋은 방안을 함께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소비자들도 택배 없는 날을 생각해 배송 날짜 등에서 배려심을 보이면 좋겠다"며 "무엇보다도 사측에서 물량 소화에 급급하면서 겉으로만 휴일이라고 하지 말고 기사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없는 택배 회사들의 경우 휴일에서도 배제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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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지인이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 30대 회사원 김 모 씨는 "택배 기사들 사이에서 휴무날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과연 쉴 수 있느냐 등을 놓고 논란이 많은데, 일부 택배 기사의 경우 아예 이런 얘기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다"라면서 "뭔가 택배 기사들이 마음 놓고 쉬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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