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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5월 그날, 軍은 왜 발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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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기 교수 '그들의 5·18'

[이종길의 가을귀]5월 그날, 軍은 왜 발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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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기 조선대 교수가 쓴 '그들의 5ㆍ18'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인과관계에 따라 추적한다. 5ㆍ18 민주화운동의 주역들을 중심으로 쓴 보고서는 아니다. 군(軍) 중심으로 40년 전의 광주를 재구성한다. 보안사령부 등 군의 방대한 자료를 분석ㆍ검토해 각종 왜곡과 폄훼에 대해 비판한다.


여전히 제기되는 북한군 침투설도 도마에 오른다. 시발점은 중앙정보부 2차장 김영선이 1980년 5월 10일 일본 내각조사실로부터 입수한 이른바 '북괴 남침설' 첩보. 그는 당시 전두환 중앙정보부장 서리에게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1980년 4월 중순경에 김재규를 처형할 것으로 예상하고, 김재규 처형 시에는 항의 데모 사태가 발생해서 남침을 위한 결정적 시기가 조정될 것으로 판단해 남침 시기를 4월 중순경으로 예상했으나, 김재규의 처형이 지연됨에 따라서 이를 연기해 오던 중에 1980년 5월 들어 학생과 근로자의 소요사태가 격화되자 한국 내 소요사태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1980년 5월 15일부터 5월 20일 사이에 남침을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육군본부 정보참모부는 북한의 일반적 남침 가능성을 제기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북괴 남침설 분석'에 "북한 군사 동향은 정상적인 활동 수준으로서 특이 전쟁 징후는 없음. 입수 첩보는 신빙성이 희박하며, 이는 우리의 국내 정세 추이에 따른 북괴 남침방책의 일반적 가능성을 추측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썼다.


영화 '화려한 휴가' 스틸 컷

영화 '화려한 휴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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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던 미국도 특이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근거 없는 첩보로 봤다. 미국은 '10ㆍ26 사건' 뒤부터 대통령과 한미연합사령부 성명 등으로 북한에 어떤 도발도 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한미동맹에 문제가 없음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었다.

미국과 육군본부 정보참모부의 판단을 보고받은 육군본부 수뇌부는 '북한 남침설'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계엄사령부 회의에서 문제는 계속 제기됐다. 황영시 육군참모차장 겸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이 5월 12일 계엄사령부 일반참모부회의에서 일본의 첩보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며 짜증 낼 정도였다. 일본까지 내세워 잘못된 첩보를 계속 보고하는 중앙정보부의 행태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나 중앙정보부의 시도, 정확히 말해 집권계획을 상정한 신군부의 시도는 멈출 줄 몰랐다. '그들의 5ㆍ18'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5월 12일 임시 국무회의가 긴급 소집되고 전두환 보안사령관 겸 중앙정보부장 서리와 중앙정보부 담당국장이 '북괴 남침설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그 결과 '최근 국내 소요사태 발생에 편승해 북괴의 대남도발 침투가 예상된다'며 전국의 군과 경찰에 비상경계체제 돌입 명령이 내려졌다. 5월 17일 오전 11시 40분 국방부 1회의실에서는 전국주요지휘관회의가 개최됐다. (…) 신군부의 일원인 합동참모본부 최성택 정보국장은 북한의 침공 가능성이 크고 국내 시위가 확산하므로 위기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뒤이어 주영복 국방장관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뜻에서 여기에 그 안을 제시해서 국무회의에 올려 대통령 각하의 재가를 받아 시행코자 합니다'라는 말로 개회를 선언했다. 토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한 말투였다."


군수기지사령관 안종훈은 군 동원이라면 국민 여론에 따라야 하고 군은 마지막 순간 개입해야 한다며 군의 정치개입을 반대했다. 그러나 신군부가 주축이 된 다른 군 지휘관들의 반대에 발언은 금세 묻혀버렸다. 그는 이의가 없냐는 국방장관의 질문에 자포자기 심경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영화 '화려한 휴가'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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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은 1995년 1월 검찰에 출석해 이날 회의 분위기를 진술한 바 있다. 그는 최성택 합참 정보국장이 "학생들 시위가 확대 및 과격해지고 북괴가 휴전선에 병력을 집결해 언제든지 남침을 할 수 있는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다음과 말했다.


"내가 반대 발언을 하자 또 다른 반대 발언이 나오는 것을 막고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찬성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기 위해 강력하게 이야기를 한 것으로 생각했다. 전두환이 전군 주요 지휘관들의 백지 서명을 시국대책안에 첨부한 것이라면, 신군부들이 정권 찬탄을 위해, 신현확 총리를 속인 것으로 생각한다."


전국주요지휘관회의와 대통령 특별성명은 북한의 남침 위협과 그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ㆍ대학생ㆍ노동자 등의 시위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졌다며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들의 5ㆍ18'은 이를 '대국민 사기극'으로 단정한다. 근거로 1979년 12월 북한의 1980 모스크바올림픽 남북한 단일팀 제안을 앞세운다. 정부는 1980년 1월 24일 남북조절위원회에서 남북 총리회담을 개최하자고 역제안했다. 그리하여 1980년 2월 6일부터 8월 20일까지 열 차례 실무회담이 열렸다.


양측은 5ㆍ18 민주화운동 전후인 5월 6일과 5월 22일에도 의견을 주고받았다. 국민에게 북한의 남침 위협 때문에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면서 그 위협의 배후이자 당사자인 북한과 실무 접촉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전국주요지휘관회의와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전두환은 '결정적 시기'를 운운하며 군 동원을 계획하고 있었으며, 정부의 발표가 있기 전부터 군에서는 병력 투입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12ㆍ12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이미 정권 장악을 준비하고 있던 것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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