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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 군번줄을 남긴다' …67년만에 가족 품에 안긴 참전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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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청송 참전용사 유골함에서 또하나의 군번줄 발견
묘 이장 도와주던 예비군 군무원, 군번줄 10년간이나 보관
경북 경산시 군무원 임대성씨 "선배전우 유품 유족전달 기뻐"

지난 5월17일 경산시 군무원 임대성씨가 73년 전 전사한 참전용사 아들에게 '군번줄'과 함께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지난 5월17일 경산시 군무원 임대성씨가 73년 전 전사한 참전용사 아들에게 '군번줄'과 함께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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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박동욱 기자] 6·25한국전쟁 당시 숨진 장병의 군번줄이 우연한 기회에 손에 쥐게 된 예비군 사무관에 의해 67년 만에 전사자의 아들에게 전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2일 경북 경산시에 따르면 육군 제50사단 경산시 서부1동대장(군무관) 임대성(52)씨는 최근에야 지난 10년 동안이나 간직하고 있던 참전 전사자의 군번줄을 주인을 찾는 데 성공했다. 사망 당시 27세이던 전사자의 군번과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군번줄이 구비구비 세월을 돌아 어렵게 유족에 전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곡절과 사연을 담고 있다.

임 군무관이 이 군번줄을 손에 쥐게 된 것은 2009년 경북 청송군 예비군 지휘관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6·25전쟁 당시 경주지구 전투에서 숨진 뒤 고향인 청송에 묻힌 김헌창 일병의 유해를 현충원으로 안장하는 과정을 도와주면서다. 당시 전사자 김 일병의 동생으로부터 딱한 집안 사정을 전해들은 임 군무관은 무연고 묘가 될 것을 우려, 현충원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김 일병의 유골 함에서 또 하나의 군번줄을 발견하게 된다.


그간 군무관의 특성상 경북 여러 지역으로 옮겨다니면서도, 집에 고이 간직해 둔 군번줄을 반드시 유족에게 돌려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임 군무관은 올해 육군본부 유가족관리팀에 이같은 사실을 전달, 지난 5월에 군번줄 유족이 어디에 사는지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67년간이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군번줄의 주인공은 한국전쟁이 끝나갈 무렵인 1953년 2월18일 경주 전투에 참전한 뒤 크게 다쳐 경주18육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국군 6사단 2연대 이종학 일병.

유족의 주소를 받아 쥔 임 군무관은 지난 5월19일 휴가를 내어 경북 청도에 사는 전사자의 아들 이승호(68)씨를 만나 군번줄을 전달했다. 임 군무관은 이 자리에서 군번줄의 전사자 아들로부터 "어머니가 나를 임신하고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전사했다는 얘기 이외에는 아버지에 대해 들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를 듣고 또한번 먹먹한 감정을 추슬렀다.


임 군무관은 군번줄과 별도로 자신이 준비해 간 기념패도 전했다. 기념패에는 군번줄의 주인공 고 이종학 일병의 참전부대 이름, 치료받다가 숨진 병원(경주18육군병원)과 함께 '참전전우 선배님의 명목을 빕니다'란 글귀가 담겼다.


임 군무관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에 전해진 군번줄은 전쟁 와중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전사자의 유골함에 잘못 들어갔다가 10년 전 묘 이장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선배전우의 숭고하고 자랑스러운 군번줄이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유가족에게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영남취재본부 박동욱 기자 pdw12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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