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작정하고 만든 '춘향'은 이렇게 예쁩니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한국 사람이 작정하면 '춘향전'을 얼마나 극으로 예쁘게 만들 수 있는지를 국립창극단의 2020년 신작 '춘향'은 보여준다. '춘향'은 국립창극단인 모태인 국립극장의 창단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극이다.
극의 시작은 더할 나위 없이 해사하다. 막이 올라가면 춘향이 홀로 등장한다. 결혼식장에서 주인공인 신부부터 등장하는 셈. 게다가 춘향이 등장하는 공간은 그의 처소다. 한 마디로 '춘향'은 춘향의 모든 것을 공개하면서 시작한다. '이토록 매력적인 춘향을 보신 적 있냐'는 듯….
춘향은 분을 찍어바르며 한창 신이 난 모습이다. 잠시 후 향단이 등장해 춘향이 저고리와 치마 입는 것을 도와준다. 얼핏 비비안 리가 유모의 도움을 받아 코르셋을 꽉 조이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유명한 장면이 떠오른다.
춘향은 잠시 후 무대 왼편에서 객석의 혼을 빼놓는다. 단오날 마을 잔치가 벌어진 광한루를 배경으로 춘향이 그네를 타고 한껏 날아오른다. 무엇보다 혼이 빠진 이는 오른쪽 구석에서 눈을 크게 뜨고 춘향을 바라보는 이몽룡이다. "저기, 올라간다 올라가. 내려간다 내려가"라고 호들갑을 떨며 하늘거리는 춘향의 치맛자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신이 양반인지 상놈인지도 잊은듯 오두방정을 떤다. 아예 방자에게 무릎을 꿇으며 "형님" 하며 통사정을 한다. 춘향이 좀 데려와 달라고.
양반에게서 형님 소리를 듣고 신이 난 방자. 득달같이 춘향을 향해 달려간다. 방자의 달려가는 모습이 임권택 감독의 2000년 영화 '춘향뎐'에서의 명장면, 방자가 춘향이 부르러 가는 장면과 겹쳐진다.
창극 '춘향'에서 연출과 각본을 맡은 김명곤 연출은 영화 '춘향뎐'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춘향던의 각본도 김명곤 연출의 작품이다.
몽룡이 춘향의 집을 찾아간 날 밤. 춘향은 여우 같은 행동으로 얄미운 매력을 보여준다. 몽룡이 첫 눈에 반했다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 하고 쭈뼛쭈뼛 하자 '그래서요?'라며 짐짓 쌀쌀맞은 태도를 보인다. 몽룡이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며 품 속에서 서간을 건네자 춘향은 무심한 표정으로 확 나꿔챈다. 그리고 몽룡을 등지고 돌아서서는 객석을 향해 '씽긋' 미소를 보여준다. 속으로는 자기도 좋으면서 몽룡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내숭을 떠는 것이다.
춘향 역의 김우정은 춘향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며 창극 '춘향'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소리꾼으로서의 역량도 여과없이 보여준다. 특히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과의 석별의 아픔을 나타내는 '이별가'를 부르는 장면이 압권이다. 비록 몸은 멀어지지만 절개를 지키겠다는듯 석별의 한을 단단한 고음으로 토해낸다.
'춘향' 1막에서 춘향의 매력이 부각됐다면 2막은 몽룡의 매력이 두드러진다. 1막에서 춘향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어리숙한 몽룡은 2막에서 완전히 달라진 대장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몽룡 역은 2013년 국립창극단 역대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한 김준수가 맡았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갈고닦은 소리꾼으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보여준다. 그가 앞서 출연한 작품 '패왕별희'는 판소리와 중국 경극의 결합이었고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심청가'에서는 출연 비중이 많지 않았다.
'춘향'에서는 춘향과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소리꾼 김준수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특히 '어사출도가'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어사출도가는 '춘향'을 통해 판소리의 본질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한 김명곤 연출이 특히 강조한 노래이기도 하다. 김 연출은 "어사출도가가 굉장히 어렵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노래"라며 "이몽룡의 독창으로 어사출도가가 갖고 있는 소리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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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춘향'은 오는 24일까지 국립창극단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춘향 역은 국립창극단 단원 이소연과 객원 배우 김우정, 몽룡 역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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