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최근 한국과 미국 야구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단어는 '빠던'이다. 배트의 일본식 발음인 빠다를 던지는 타자들의 쇼맨십을 말한다. 미국식 용어로는 '배트 플립'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 플립을 시도하면 다음 타석 때 상대팀 투수로부터 보복성 위협구에 당할 각오를 감수해야 한다. 선수들끼리 엉켜 싸우는 벤치 클리어닝은 다반사다.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팀 선수에 대한 존중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일종의 '쇼맨십'으로 자리를 잡았다. 심지어는 땅볼이나 외야 플라이 타구를 날린 후 나오는 빠던에도 환호를 보낸다. 이런 부분이 미국 야구 팬들의 눈길을 끈 것으로 보인다. 신사적인 엄숙주의에 젖은 미국 야구 문화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다. 금기시된 동작에 대한 갈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빠던에 대한 관심의 근본적 문제의식은 미국을 상징하는 메이저리그의 관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위기감이다. 특히 젊은 관중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한국의 빠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젊은 관중을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장치로 한국식 빠던 문화의 허용을 검토해보자는 자구책의 발로인 셈이다.

이 같은 본질을 배제하고 단순히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앞세운 찬반 논쟁으로 비화시키면 어떻게 될까. 답이 없는 사안을 놓고 갈등과 반목만 거듭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여의도식 용어로 말하면 대안이 없는 여야 간 '대립'이다.


정쟁은 정책을 놓고 의견을 다투는 일이다. 처음에는 정반대 지점에서 서로 대치하고 대립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의 '도리'라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우리 국회는 합리적인 정쟁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죽하면 20대 국회를 '동물국회'라고 지칭할까. 협치를 내던진 여당. 반대를 위한 반대 외에는 아무런 대안이 없는 야당. 결국 극한 대립과 몸싸움 밖에 보여줄 것이 없는 정치권의 자화상이었다.


역대급 총선 승리 후 여당이 몸조심을 하는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여당이 잘해서 몰표를 던져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의 몰락했다고 평가받는 제1야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협치는 반드시 '여소야대' 국면에서만 필요한 정치행위가 아니다. 지금처럼 '슈퍼 여당'이 등장한 정치구도에서 더욱 요구되는 정치적 마중물이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다가, 서로 잘 났다고 내부총질에 여념이 없다가 실패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아서야 되겠는가. 야당에 대한 진정성과 배려가 없다면 협치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미래통합당도 기존의 구태를 과감하게 던져 버려야 한다. 21세기 디지털 세상의 대변혁이 진행 중인데도 과거의 시각에만 갇혀 있으면 영남 지역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권위주의적 사고방식, 토씨 하나 바뀌지 않는 각종 정책, 우물 안 개구리식 안보관 등으로 염색된 낡은 옷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의 새로운 원대대표 사령탑이 선출됐다. 두 원내대표 모두 합리적인 정책감각을 소유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21대 국회는 부디 대화를 통한 협치 분위기에서 출발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국민취업지원제도' 관계법을 통과하는 과정이 그 시발점이길 기대한다. 모처럼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관련 입법 논의에 머리를 맞댄 장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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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던을 놓고 팬심이 먼저냐, 상대팀에 대한 존중 문화가 먼저냐를 놓고 싸워봐야 무슨 해결책이 나올까. 정치에서 문제의 본질은 국민 눈높이다. 이를 배제한 정쟁은 제2의 동물국회와 다름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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