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종식에 '집단면역 정책' 답일까…현실적 어려움 3가지
①3000만명 이상 '집단 통제의 어려움'
②의료체계 붕괴 가능성
③갈 길 먼 백신 개발
23일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과 구청 방역 관계자들이 개나리가 만개한 응봉산 공원을 방역하고 있다. 구청은 응봉산 개나리 축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되었지만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된다며 화장실, 난간 손잡이 등의 방역을 진행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집단면역(Herd Immunity)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중앙임상위원회가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이하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집단면역 정책을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꼽은 가운데 현실에서 실현되기 힘든 이론적 개념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집단면역은 감염병에 대한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중을 크게 높여 바이러스 유행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구 중 60%가 면역을 얻으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접근이다.
전날 중앙임상위원회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인구의 60%가 코로나19 면역을 가져야 한다면서 집단면역 이론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치명률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일단 이들을 중심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고령자 등 고위험 집단이 안전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교수는 단 젊은층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일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역시 "(억제 위주)우리 방역정책은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보호하고 있어 그 결과 감염되지 않고 면역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제일 좋은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없이 가면 한 집단이 일정 수준 면역도가 도달하기까지 어쩔 수 없이 유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코로나19가 다음달 6일 개학 이후나 가을에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00만명 이상 '집단 통제의 어려움'= 우선 중앙임상위가 제언한 집단면역 정책이 성공하려면 집단적 바이러스 노출과 치료·관리 등 통제가 필요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젊은층이 고위험 집단으로의 전파되지 않도록 이들을 특정 장소나 건물에 집단 생활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인구의 60~70%가 집단면역 되려면 3000만~3500만명에 이르는 인원을 통제해 항체를 형성하도록 해야하는데 경증 환자라 해도 이 숫자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000여명 수준인데 방역당국은 전국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명이고 70%가 감염이 된다고 하면 3500만명인데, 3500만명 중 치명률이 현재 1%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계산에 따라) 35만명이 사망해야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며 "이론적 수치에 근거해 방역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마스크와 전신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치료 중인 음압병동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의료 체계의 붕괴가능성 = 집단면역을 통해 코로나19를 종식한다는 방법론은 환자 급증에 따른 의료 체계 붕괴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책적으로 실행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영국 정부는 지난 13일 집단면역 방침을 내세웠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패트릭 발란스 영국 최고과학고문은 "가장 핵심적으로 해야할 일은 일종의 집단 감염을 발생시켜 많은 사람들이 이 질병에 면역이 생기도록 해 '2차 충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2차 충격'은 첫 지역사회 감염 등 대규모 전염의 확산세가 잦아드는 시기에 다시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할 때를 말한다. 이 같은 정책에 따라 학교 휴업을 미루고 식당이나 주점의 영업정지 권고도 내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소속 닐 퍼거슨 교수팀이 내놓은 연구 보고서에 따라 180도로 선회했다. 연구진은 영국 정부가 소극적 대응 정책을 고수할 경우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30%가 중환자실로 실려 가고 장기적으로 26만 명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이런 사망자 규모는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라 지병 등 다른 질병이 악화해 숨지는 통계까지 포함한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급으로 인해 병상·의료 인력이 부족해지고 의료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같은 연구보고서와 악화된 여론에 따라 영국은 적극적인 억제 정책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최근 "가족 중에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모든 구성원은 14일 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며 "모든 불필요한 접촉과 여행을 피하고 펍(pub)과 영화관을 가지 말라. 특히 70세 이상과 임산부, 지병이 있는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2작전사령부 화생방대대 소속 장병들이 23일 오후 대구시 동구 2.28 기념 학생도서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갈길 먼 백신 개발 = 집단면역이 정책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예방접종'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백신이 없고, 개발까지 1년 안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게 하려면 감염이 확산하도록 방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겪는 사회적 피해는 앞에서 언급한 집단통제의 어려움과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방역당국 역시 집단면역을 정책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홍보관리반장은 "인구의 60~70%에 대한 면역 이론은 외국에서 회자되는 집단면역에 대한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집단면역을 형성시켜 코로나19를 종식하겠다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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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집단면역은 굉장히 다수의 국민이 감염돼 피해가 큰 상황이기 때문에 최대한 감염을 늦추고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지탱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될 때까지 이 상태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라고 국내 방역 전략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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