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폭탄, 정보냐 홍보냐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등 도움
수시로 울려대는 사이렌에 화들짝
3월 발송문자 2876건, 일평균 151건꼴
일부 지자체 단순 정보 보내기도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중요한 정보라 필요하긴 한데, 시도 때도 없이 울리니 좀 피곤하기도 하죠."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모(61)씨는 1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7시간 동안 '재난문자' 5통을 수신했다. 수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문자부터 용인시ㆍ시흥시에서 보낸 문자와 행정안전부의 강풍 피해 주의까지 다양한 내용이 들어왔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소식을 빨리 알게 돼 좋은 측면도 있지만, 일을 하는 도중에 수시로 울리다보니 깜짝깜짝 놀라기도 일쑤다. 이씨는 "문자가 오니까 일단 확인하게 되고 안전 관련 정보들이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기 저기서 문자 도착으로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난문자 발송도 늘고 있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한 정보 공개를 위해 재난문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내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나 확진자의 동선 공개가 주를 이루고, 일부는 강풍과 같은 안전 유의 문자나 마스크 5부제 안내 문자도 전송된다.
20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이렇게 정부와 지자체에서 발송한 재난문자는 이달(3월1일~19일) 들어 2876건에 달했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151건의 문자가 전송된 셈이다 2월 한 달간 발송된 2577건보다 300건 정도 증가했다.
재난문자는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에 기반해 발송된다. 그래서 본인 거주지가 아닌 지역의 관할 구청 등으로부터도 문자를 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 기지국을 거쳐 일괄 발송돼 전파 도달 거리에 따라 다른 지자체 재난문자를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송모(31)씨는 "용산구, 관악구, 성동구 등 다른 자치구 문자가 하루에 4~5건씩 들어온다"며 "정작 종로구청발 재난문자는 한 통도 못봤다"고 말했다. 각 구청이 어떤 문자를 보낼 것이냐는 자체 판단에 의존한다. 더 적극적인 구청이 재난문자를 더 많이 보내는 식이다.
시민들은 재난문자 자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1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재난문자'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8.1%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재난문자에 피곤함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묻자 63.4%가 '그렇다'고 답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문자를 통한 신속한 정보 제공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낯선 풍경에 일부는 불안감이나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질병 등 부정적인 사안에 대해 너무 많은 정보를 취득하면 그만큼 불안감이 상승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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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이 재난문자를 일종의 '홍보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발송된 재난문자 중에는 '금일 확진자가 없다'거나 특정 장소에 대한 소독방역, 단순 예방수칙 안내 문자 등 다소 사소해 보이는 것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중앙정부가 이미 발송한 문자를 지자체가 반복해 발송하는 경우도 흔하다. 앞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실제 도움이 되는 재난문자로 '확진자 동선 안내'(48.7%)와 '코로나19 현황 공개'(37.9%)를 꼽았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전국 지자체에 코로나19 관련 재난문자의 심야 발송을 자제하고 확진자 동선 등 지역에 특화된 상황을 중심으로 발송하라는 지침을 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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