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인가대로라면 폐순환 구조여야 하는데
인허가 설계에 없는 600ℓ의 바닥배수탱크 때문에 유출
"1990년 8월부터 매년 4~11월경 운영…인식 못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사진=아시아경제DB)

한국원자력연구원.(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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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정부는 지난해에 대전 유성구 덕진동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의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 방출된 이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승인받은 설계와 달리 바닥에 배수탱크를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990년부터 30년간 운영돼 왔다.


20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이후 두달간 KAERI 인공방사성핵종 방출 사건을 조사한 결과를 알렸다.

정상운전 경로는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저장조에서 보충.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정상운전 경로는 '①→②→③→④→⑤→⑥→⑦ 순환'. 중간저장조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저장조에서 보충. 매년 운영종료시 지하저장조로 잔여 액체방폐물 회수.(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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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에 따르면 KAERI의 자연증발시설은 86만ℓ의 지하저장조에서 185 Bq/ℓ 이하의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이송받아 끌어올린 뒤 3층의 공급탱크에서 2층의 증발천에 흘려보내는 구조로 설계됐다. 흘려보낸 폐기물을 태양광을 통해 자연증발시킨 뒤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해 과기부의 승인을 받았다.


1988년 시설 설치승인 당시 자연증발시설 지하층 도면.(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1988년 시설 설치승인 당시 자연증발시설 지하층 도면.(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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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장엔 과기부로부터 인허가받은 설계에 없는 600ℓ의 바닥배수탱크가 설치돼 지하 외부배관으로 이어져 있었다. 30년 전인 1990년 8월부터 시설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이어진 채 매년 4~11월 경 운영돼 왔다. 30년 동안 운전자들은 지하저장조 외에 바닥배수탱크가 설치돼 있었던 것을 몰랐다. 1층의 모든 배수구가 지하저장조와 연결돼 폐순환되는 줄 알았다.

건설 당시 자연증발시설 지하층 시공 도면(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건설 당시 자연증발시설 지하층 시공 도면(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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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 결과 약 510ℓ의 액체 방폐물이 누출됐다고 확인됐다. 지난해 9월26일 필터 교체 후 밸브를 과하게 연 채 미숙하게 운전해 집수로에서 액체 방폐물이 넘쳤기 때문이다.


연 470~480ℓ의 일부 방폐물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밖으로 샌 사실도 포착됐다. 필터하단 배수구로 연 470~480ℓ의 방폐물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밖으로 샌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 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유출됐다.


1995~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정문 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 분석 결과.(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1995~2019년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정문 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 분석 결과.(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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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하천수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다. KAERI 정문 앞 하천 토양의 방사능 농도는 25.5 Bq/kg이란 특이값이 확인된 지난해 4분기 외에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0~11월 사이엔 강수량이 200mm로 많아 일부 방사성물질이 부지 바깥으로 흘러나갔다는 설명이다. 외부에 미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부지내부 방사선(능) 측정 결과.(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부지내부 방사선(능) 측정 결과.(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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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는 방출된 인공방사성핵종인 세슘-137 등이 토양 등에 잘 흡착되는 특성 덕분에 하천수 및 하천토양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를 수행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방출된 세슘-137 등은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출된 후 KAERI 부지 내 우수관, 10개의 맨홀 등을 거쳐 정문 앞 덕진천까지 약 1.5 km 흘렀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외부 하천토양 방사능농도 측정 결과.(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외부 하천토양 방사능농도 측정 결과.(이미지 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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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물질은 대부분 연구원 내 우수관 표면, 맨홀 토사 등에 흡착되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방사성 물질이 전량 외부환경으로 방출되었다는 가정 아래 연간피폭선량을 평가해 본 결과 일반인 선량한도(1 mSv)의 약 300만분의 1~3700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사진=연합뉴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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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는 KAERI의 전사적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수동식 운영체계, 안전의식 결여가 이번 방출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KAERI에 100여개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 및 시공도면과 현재 시설 상태 간에 차이가 없는지 전면조사를 하라고 요청했다.


연구원 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등을 최신화하고 안전관리 조직의 총괄기능을 강화하며, 외부기관 주관 안전문화 점검을 하라고도 했다. 이를 통해 KAERI 시설 안전강화 종합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세워 차기 원안위에 보고토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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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관계자는 "자연증발시설 등 핵연료주기시설 정기검사 횟수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며 "KAERI 현장 상시점검을 위한 전담조직 설치와 핵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원안위의 안전규제 책임을 강화하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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