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한다고 '월급루팡'은 아닙니다" 불안감 호소 급증
코로나19 확산…기업 10곳 중 4곳 "재택근무 시행"
직장인 "재택근무 부정적 인식 만연…업무 압박 과다"
고용노동부, 코로나19 예방 위해 유연근무제 등 적극 활용 권고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재택근무가 연차휴가는 아니잖아요."
지난달부터 재택근무 중이라는 직장인 A(28) 씨는 "재택근무를 왜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그런 생각 때문에 출근할 때보다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출퇴근 이동시간이 없어지니까 편해진 건 맞다"면서도 "그렇지만 단순히 이동시간이 줄어들고, 근무 장소가 바뀐 것뿐이다. 화상으로 회의도 참석하고, 전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계속 일을 같이하고 있는데 왜 노는 것처럼 취급하나.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3월 전후로 기업들이 앞다퉈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 시행에 나선 가운데 불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를 휴가와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거나 쉬면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상사나 경영진의 눈총을 받고 있어서다.
일하지 않은 채 월급을 받아가는 사람을 의미하는 이른바 '월급루팡', '월급도둑' 취급을 받고 있다며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전히 재택근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탓에 나오는 사회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속속 채택하는 이유는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사무실 공간에서 비말 및 밀접접촉을 통한 감염 위험이 높고, 출퇴근 시 대중교통 등을 통해 감염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은 재택근무 시행에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11일 1089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0.5%는 "이미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거나 실시할 계획"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재택근무 도입의 주된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대응 차원'을 꼽았다.
사기업뿐 아니라 공무원도 의무 교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인사혁신처는 12일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공무원 대상 유연 근무 이행지침'을 중앙행정기관 55곳에 전달해 안내했다고 밝혔다. 지침에 따라 공무원들은 부서별 일정 비율을 정해 교대로 원격근무에 투입된다.
이 가운데 일부 직장인들은 상사 등 경영진의 비뚤어진 시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택근무가 출퇴근하며 일하던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보니 업무 효율에 대한 걱정이 큰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고 '농땡이'를 치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은 억울하고 불쾌한 부분"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30대 직장인 B 씨는 "구시대적 인식 때문에 재택근무는 꿈도 못 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회사 내부에서 나와 수차례 회의를 했다"면서 "그런데도 정작 결정권을 가진 윗사람들이 '재택근무하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해 무산됐다. 다들 '확진자가 나오기 전에는 재택은 못 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 비슷한 얘기를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의 걱정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의 3월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891명 중 70.2%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재택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기업이) 매출 감소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판단'(7.5%), '재택근무는 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5.5%) 등을 꼽았다. '재택근무 시 능률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연근무제와 가족 돌봄 휴가, 연차 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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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은 지난달 24일 서울시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고용노동 대책회의에서 "출퇴근 시간대 집중에 따른 감염 확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주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시차 출퇴근제와 원격·재택근무제 등이 유연근무제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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