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로 떨어질수도…사상 처음 0%대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한국은행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전격 인하하면서 한은이 더 이상 금리인하를 미뤄야 할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한은과 채권시장 등에 따르면 한은은 금명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조정폭도 50bp(1bp=0.01%포인트) 수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50bp 인하를 단행할 경우 기준금리는 연 1.25%에서 연 0.75%로 하락하는 것으로, 사상 처음으로 0%대 기준금리에 진입하는 것이다.
당초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17~18일께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17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경 통과와 함께 금리인하를 단행해 재정·통화당국이 발맞추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Fed가 17~18일(현지시간) 예정됐던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일정을 이틀 앞두고 또다시 '빅 컷'을 한 이상 한은으로선 머뭇거릴 명분이 약해졌다.
이미 한은은 임시 금통위 개최 가능성을 지난 13일 공식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 13일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에 대해 현재 금통위원들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은이 임시 금통위 가능성을 시사한 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관련 경제ㆍ금융상황 특별점검 회의에 참석했다. 이 총재가 대통령 주재 경제 부처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례적으로 이 총재도 참석한 만큼, 재정ㆍ통화정책 공조가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금리인하에 대한 한은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오전 9시3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0bp 하락한 연 1.06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법은 의장이나 2명 이상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ㆍ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50bp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75bp 인하) 두 차례 뿐이다. 다만 한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만큼 급격한 금리인하시 자본유출 우려가 있다는 점, 추가 정책여력을 남겨둬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은이 25bp 금리인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 규제가 약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등 부작용을 우려해 왔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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